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일본 경제 파탄'이라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흔들리자 전세계 금융시장은 순간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대지진이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등 내수 활성화 여력이 충분하고 일본 경제가 세계 교역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적다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일본의 교역량은 전세계의 4.5%, GDP 기준 5.8%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어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생산시설이 파괴되면서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은 1.3~1.5% 감소할 전망이다. 도쿄전력이 앞으로 3년간 전력공급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GDP의 1.7%가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GDP의 2배(1000조엔)에 달하는 일본의 정부 부채도 경제성장의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 연수입의 20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당장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공공지출을 계획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일본은행(BOJ)이 40조엔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고 기준금리인 무담보 콜금리를 사실상 '제로(0)금리' 수준으로 결정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성장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대지진 발생 직후 77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들어 85엔선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위기에도 ‘초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주요 7개국(G7) 개입 공조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일본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고수익에 투자하는‘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하면서 엔화 약세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가 오래가지 못하고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너무 빨리 이뤄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커진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을 팔아치운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와 금값 등이 폭락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기조(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니와 도시바 등 일본 주요 생산업체들이 가동 중단 상태에 들어가면서 세계 공급 체인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일본은 가장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부품(중간재)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글로벌 공급망'이다.
실제로 일본은 전세계 반도체 총공급량의 20%를 생산하고, 자동차 엔진·LCD 플레이어·철강·화학 등에서도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부정적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38억89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 증가에 그쳤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체 수입이 23.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일본 수입 비중도 지난해 15.1%에서 13.5%까지 내려갔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주로 플라스틱제품과 열연강판, 반도체 제조용 장비, 직접회로반도체, 기타 화공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자동차 부품 등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일본에서 부품 소재를 조달하는 우리 기업은 향후 수개월 사이에 조업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고 조달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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