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새로운 둥지인 오릭스 버펄로스에 자리를 잡은 강타자 이승엽(35)은 일본에서 벌써 8번째 맞는 시즌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각오가 남달라 보였다.
이승엽은 11일 홈 구장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훈련을 마친 뒤 “오릭스에 입단할 때 개막전부터 1루수로 출전하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1루를 지킬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는데 올해 나에게는 이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2006년 41개, 2007년 30개의 홈런을 날리며 화려한 활약상을 보인 이승엽이 2008년 들어 잠시 주춤하자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곧바로 출장 기회를 뺏으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가메이 요시유키, 다카하시 요시노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등 1루 수비가 가능한 자원을 풀가동하겠다며 이승엽을 몰아붙였고 지난해에는 아예 오른손 투수를 상대하는 대타 요원으로만 활용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벤치에 묵묵히 앉아 시즌을 보내면서 재기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그처럼 요미우리에서 영광과 굴욕을 모두 맛본 이승엽은 “오릭스는 사실 팬이 많지 않은 구단이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즐기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 낫다”며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이승엽은 “컨디션은 사실 좋다가 안 좋아지기도 하는 등 굴곡이 있었지만, 훈련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애를 썼고 실전을 치르면서 더 채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은 “당장 한 경기보다는 남은 시즌 전체를 보면서 경기를 할 것”이라며 “그렇게 1년을 치른 뒤 내가 납득할만한 성적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장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56경기에 출전해 홈런 5개와 11타점을 올리는 데 그친 이승엽은 오릭스로 옮기면서 30홈런과 100타점을 치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많은 안타와 홈런, 타점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웃으면서 경기를 하고 싶어요.”지난겨울 밀어치기에 승부수를 띄우고 하체를 활용하는 훈련에 집중한 이승엽은 “밀어치기는 야구의 기본”이라며 “지금도 훈련할 때 늘 밀어쳐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12일 소프트뱅크와의 개막전에서 리그 최고 왼손 투수인 와다 쓰요시와 격돌한다.
지난 시즌 17승(8패)로 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른 와다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 타자 킬러’로 이름을 날렸다.
이승엽도 요미우리 시절인 2007년 5월30일 인터리그 경기에서 홈런을 뽑기도 했지만, 그 해 6월17일 경기에서는 3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는 등 고전했다.
이승엽은 “와다는 워낙 좋은 투수라 내일도 고전할 것 같다”며 “하지만 잘 준비해서 실수를 줄이면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구 스피드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공 끝의 힘이 좋은 투수”라면서 “공 끝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제대로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포인트가 어긋나면서 정확한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자기 전에 와다의 피칭 비디오를 보면서 한 번 더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에 지난해보다 다소 가벼운 910~915g의 배트를 사용한다.
이에 대해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배트 스피드를 높이려고 10g 정도 무게를 줄였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무게를 더 낮춰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하는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혼자 있으면 외롭고 지루한데 함께 재미있게 지내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사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며 “불안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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