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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스미소니언에 부는 애국주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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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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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부터 해외생산 기념품 안 팔아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Museum)이 오는 7월부터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기념품으로 팔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12월 버나드 샌더스 연방 상원 의원(일리노이)이 손녀 딸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스미소니언의 미국 역사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기념품 매장을 들르면서 시작됐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모형물은 물론이고 이 도시의 상징물인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모형까지 모두 '중국산(Made in China)' 일색이라는 데 쇼크를 받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파는 미국 상징 기념품이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샌더스 의원이 받은 '쇼크'에 동감한 민주당의 닉 라할(Nick J. Rahall) 의원이 법안을 만들었고, 스미소니언 박물관 측도 정치권의 움직임에 곧 따를 수밖에 없었다. 라할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연방상원 소위원회 소속이다. '적자를 보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장이 연봉 70만 달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지 않은 홍역을 수년 전 겪은 박물관 측은 최근 가뜩이나 정부에 맞설 힘이 없는 처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미소니언 박물관 기념품 매장의 연간 매출은 900만 달러. 방문객들은 1인당 평균 3 달러, 많게는 20 달러의 기념품을 산다고 한다. 이중에는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온두라스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만든 제품들이 가득하다. 매장에 기념품을 납품하는 미국 업체들의 생산 공장이 해외에 있거나, 아예 해외 업체에 의뢰해서 기념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바이런 와이트허스트라는 이름의 기념품 납품업자다. 그는 20 달러짜리 미국 대통령 흉상 모형 시리즈를 중국에서 만들어 박물관에 납품했는데, 샌더스 의원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회사(직원 35명)에서 디자인 등 대부분의 일을 했고, 제품 제작만 중국에서 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는 WP에서 "국내에서 만들고 싶어도 단가가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제조업체 찾기도 쉽지 않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의원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스미소니언의 국립 동물원(National Zoo)에 있는 판다곰을 비롯해 해외 각지에서 들어온 동물들도 다 치워야 한다"며 비꼬고 있다. 문제의 판다곰 역시 중국에서 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미소니언은 정부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지만(관람객 무료 입장),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박물관이기 때문에 세계 각처에서 수집·헌정받는 전시물들이 그 고유의 특색이라는 지적이다. 기념품만 예외일 수 없다는 것.

샌더스 의원은 "미국 내 수백만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박물관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기념품을 해외에서 만들어 파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애국·보수주의 바람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9·11 테러와 전쟁, 부동산·금융시장 붕괴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 반이민 정서와 '티파티(Tea Party)'로 대표되는 극보수주의 정치운동이 미국에서 번지고 있다.

해외에서 만든 기념품 제품을 매장 선반에서 치우고 있다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매장에 어떤 가격에 어떤 제품이 다시 채워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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