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꼬리 살리기' 종용하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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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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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7인이 조찬 회동을 가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공식적인 만남을 가진 것은 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이 마무리된 후 처음이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 금융권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애초부터 화기애애한 아침식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들의 첫 만남에 설레임보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던 이유다.

포문을 연 것은 김석동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건설사의 PF 부실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금융권이 역할을 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표정이 얼어붙는 순간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를 질책하며 엄정한 대출심사를 주문했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금융권을 무시하는 대기업과 중견 건설사에 본때를 보이겠다고 별러 왔던 은행들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의 서슬퍼런 표정에 아쉬움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당국의 태도 변화는 이미 예견됐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좋은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삼부토건을 살려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당국은 건설업계의 PF 부실 수준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결국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금융권에 손을 벌린 셈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은 25조원 규모. 특히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자칫 건설사 줄도산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저축은행권이 ‘부실’ 꼬리표를 떼고 자산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분별한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부풀리고 있다.

당국이 금융권을 상대로 행동에 나선 배경이다.

대출 만기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 등과 함께 부실 PF 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금융회사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업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는 당국의 비판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추가 대출 및 자금 지원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PF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건설사도 지원해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당국은 PF 부실에 따른 부담을 금융권과 건설사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설사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준 게 잘못이라는 의미다.

아무쪼록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추가 지원이 또 다른 '꼬리 살리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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