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개회사 및 기조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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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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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1.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곽승준입니다.
 
 오늘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흔쾌히 주제발표를 해 주시기로 한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 김우찬 KDI 정책대학원 교수, 그리고 토론 진행을 맡아 주실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과 토론자분들께도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오늘 토론회를 위해 미국에서 오신 TIAA-CREF(미국 최대 사학연금)의 Stephen Brown 실장과 홍콩에서 오신 ABP/APG(네덜란드 공무원 연금)의 박유경 수석자문, 두 분께도 깊은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자본주의는 진화하면서 다른 체제와의 경쟁에서 이겨 왔습니다.
 
 과거 사회주의와 체제 경쟁을 하던 때에는 기업의 역할이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체제 경쟁 이후에는 기업이 그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이윤 극대화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유대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러한 역할도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방법으로, 공적 연기금의 건강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현황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액은 작년 말 324조원으로, 2020년에는 924조원,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작년말 기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여 139개 국내 기업에 대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성실하게 행사하는 것은,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법적 기본의무를 다하는 것으로서, 민법상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입니다.
 
 또한, “1주 1권리 행사”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이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교과서적 원칙입니다.
 
 특히,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정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경영자 협의나 이사후보 추천 등 주주 제안 및 의결권 행사 등의 방법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의 경우를 보면, 2대 주주인 국민연금(6.08%)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불합리한 사례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현재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보유지분(5.00%)이 이건희 회장(3.38%)보다도 많은데,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 왔는지 매우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핸드폰 시장에 안주해 온 결과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같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쌓아 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데 있어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의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고 있는 대기업이 우리 국민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수종 분야의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국가 전체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POSCO,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의 경우에도, 방만한 사업 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고 국내 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자본주의의 성숙과 공적 연기금의 역할
 
 최근 들어 미국 등 선진 경제는 민간부문이 크게 성장하고 상대적으로 정부부문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공적 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경제는 아직 노블리스-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 납세, 동반 성장 등이 취약하고,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 못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과점체제와 수직 계열화의 확대 등으로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30~40년 시야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공적 연기금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혁신이 없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는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누군가가 촉진자(catalyst)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상당한 지분에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공적 연기금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투자대상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구현하기 위하여 기업의 주주인 공적 연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한 주주권 행사의 모범 전형을 조속히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내부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하며,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하여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자산운용부문을 독립법인화하고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안이 제출되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국회의 논의도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4. 맺음말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발전과 기업들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으로서, 공적 연기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투자대상기업의 주주로서 공적 연기금이 기업 경영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성숙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확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국민연금 등과 같은 안정적인 기관투자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보다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외의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모인 오늘 토론회가 우리나라 공적 연기금의 선진화에 큰 획을 긋는 유익한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4월26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곽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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