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청 “대책은 권고 뿐…제재 근거 없어”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 구토와 실신 등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이소프로필 안티피린(IPA) 성분의 해열진통제인 삼진제약 ‘게보린’과 바이엘코리아 ‘사리돈에이’의 판매가 계속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논란이 가열되자 양사에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라는 입증기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결국 두 업체의 공동연구가 끝나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게보린과 사리돈에이의 판매는 지속된다.
◆ 안전성 입증 연구는 눈가림?
삼진제약과 바이엘은 지난달 말 식약청으로 안전성을 입증하는 공동연구에 착수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당초 두 업체는 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와 함께 내년 3월까지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식약청에 보고키로 했다.
부작용 논란을 1년 후로 미룬 셈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상황으로는 앞으로도 부작용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게보린과 사리돈에이의 시중판매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삼진제약 관계자는 “안전성 공동연구에 대해 식약청과 협의 중”이라며 “언론을 통해 연구기간이 1년이라고 알려졌지만 기간을 확정하기 어려운 사안이기에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 역시 “임상연구라는 것이 딱 언제까지 결과를 내놓겠다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연구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전성 조사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꺼내든 카드일 수 있다는 것. 아울러 공동연구에 대한 규모나 시기, 조직 등 알려진 내용이 전무해 연구가 진행 중인지 사실여부도 알 수 없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말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차후 공동연구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지만 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IPA는 지난 1933년 이후 80여년 동안 5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독성유무나 임상시험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식약청은 이 성분에 대해 지난 2009년 단기 복용과 15세 미만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어 지난 1월에는 해당 의약품의 품목을 취소하거나 IPA를 뺀 진통제로 대체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논란은 되고 있지만 식약청으로서 할 수 있는 방안은 권고 뿐”이라며 “부작용에 대해 접수된 피해사례가 미미해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IPA 성분은 재생 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혼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구토와 메스꺼움, 실신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재생 불량성 빈혈은 골수세포 기능의 약화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며 혈액생성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현재 식약청이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으로 사용 중인 국가와 사용 금지한 국가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50여 개국에서는 일반의약품(OTC)으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성분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시판을 금지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대체할 효과 있는 진통성분이 다양하고 안전성 입증이 고비용을 초래하는데도 IPA 성분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입증기간동안 계속해서 판매토록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제약사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증 책임을 당사자인 제약사에게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회적 책임을 얘기했던 정부가 주체가 되고 비용 등 관련 문제에 관해 제약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