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위와 2위를 달리는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첫 승부는 2군에서 긴급 수혈된 선수들의 맞대결에서 갈렸다.
SK가 꺼내 든 고효준 카드는 재미를 보지 못했고 두산이 던진 타자 윤석민 카드는 짜릿하게 먹혀들었다.
29일 두산과 SK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SK는 선발투수 송은범이 구위가 좋지 않아 흔들리다가 3회에 1실점하자 바로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효준은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지난 10일 2군행을 통보받고서 이날 1군에 돌아왔다.
최근 김성근 감독은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갈 고효준의 구위를 살리려고 특별과외를 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지난 2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고효준을 광주일고로 따로 불러 공 170개를 전력투구하도록 지시했다.
한 시간 반 동안 투구를 일일이 지켜보며 조언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도 지난 22일 불펜에서 공 220개를 던지도록 했다.
효과가 나온 듯 초반 부진에 시달리던 김광현은 지난 27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 원정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이날 고효준도 김광현처럼 효과도 나타나는 듯했다.
고효준은 3회 무사 1, 3루를 삼진과 병살타 유도로 깔끔하게 막고 4회와 5회도 삼진 2개씩을 잡으며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하지만 두산은 6회 고효준이 1실점하면서 2-3으로 따라붙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2사 만루에서 톱타자 이종욱의 타석에 대신 나온 것은 이날 2군에서 부름을 받은 백업 내야수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효준의 초구에 방망이를 돌려 좌전안타를 날렸고 2,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승부는 4-3으로 뒤집혔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뒤 한 차례도 결승타를 때린 적이 없는 윤석민을 대타로 투입해 역전 적시타를 뽑아낸 김경문 감독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비쳤다.
윤석민은 작년 2군 리그에서 타율 0.333에 홈런 17개, 타점 59개를 쌓았고 일본 동계훈련 연습경기에서 4할대 불방망이를 휘둘러 기대를 모으던 백업요원이다.
수비위치가 1루나 3루라서 중심타자 최준석과 김동주와 겹치기에 기회의 폭이 좁지만 대타나 백업요원으로 나와 한 방을 날릴 잠재력을 지난 카드였다.
두산은 SK를 4-3으로 이겼다.
두 사령탑이 긴급 수혈한 승부수의 대결은 결국 고효준은 패전멍에를 쓰고 윤석민은 생애 첫 결승타를 때린 것으로 막을 내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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