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가격 급락, 금리 인상 등과 맞물릴 경우 국가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가계의 이자부담 완화 및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 대형화를 위한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서는 대형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경영 효율화와 전문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금융규제 강화 공감, 감독기능 독점 '지양'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 중 완화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금융규제는 이와 달리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산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며 “현 정부 초기 규제 완화를 이유로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현재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금융회사 영업을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규정과 원칙에 의거해 검사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쇄신 필요성에도 공감하며 독점적 감독시스템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김 교수는 “금융감독원 인력이 1600명인데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특히 금융회사와의 유착 때문에 감독과 규제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점적 감독 체제를 경쟁적 감독 체제로 개선하고 금융공급자 위주의 감독을 금융소비자 위주의 감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고 구조조정의 기회를 지연시킨 것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이어졌다”며 “감독 소홀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위험 선제적 대응 중요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46%에 달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급락, 금리 인상 등과 맞물릴 경우 부실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당장 금융시장 및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서민들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늘고 있어 서민금융 이용 요건 완화 및 금리의 점진적 인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가 가처분소득 감소와 연계돼 있는 만큼 소득 증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구입용보다 생계형 부채가 늘고 있는 데 기인한다”며 “최근 신용카드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부실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과당경쟁 징후 분명, 메가뱅크 신중해야
포화상태에 달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이 지연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자산확대 경쟁은 줄어들었지만 카드부문을 중심으로 경쟁이 일부 과열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카드사태 당시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나 당국의 주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금융회사들이 고금리 카드 대출 등 소비자 금융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도 아직 남은 기회가 있다”며 “다른 금융회사와의 차별화, 새로운 금융수요 창출, 기업금융 수요 부응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시장 발달로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이 늘고 있는 만큼 금융권도 관련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대형화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화의 장점은 있지만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이 대형화의 이점을 살려 왔는지는 의문”이라며 “경제 규모에 비해 주요 은행들의 규모가 적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인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형화에 앞서 경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금융기술을 가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먼저”라며 “무리한 대형화로 부실이 발생하면 공적자금 투입 등 국가 경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저축은행 경영부실 책임 엄정 규명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부실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노력에 의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경우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부실 저축은행 매각을 위해서는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회사에 충분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의 책임을 망각하고 고수익을 노린 위험 투자에 나선 것은 문제”라면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외에 새로운 활로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으로는 여신심사 강화를 통해 서민금융기관의 위상과 역할,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예금보장한도를 확대하면서 과도하게 자금을 모집한 경향이 있다”며 “예금보장한도를 은행보다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PF 채권 처리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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