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호 PD "'마니또클럽', 도파민 보다는 메시지…시청자 의견 반영할 것"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MBC '무한도전'은 예능의 문법을 바꿔놓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자란 세대는 '무한도전 키즈'로 불리며, 새로운 방식의 예능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시청자들이 됐다. 김태호 PD가 새롭게 선보인 '마니또클럽'은 하나를 받으면 둘로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콘셉트의 버라이어티 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마니또'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첫 방송 시청률 2.1%로 출발해 1.6%까지 내려앉으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태호 PD에게 이런 곡선은 낯설지 않다.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 역시 시행착오 속에서 방향을 찾아갔고 그는 언제나 시청자의 반응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화제성이나 허무맹랑한 시청률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아쉽긴 했죠. 제니, 추성훈, 노홍철 등을 데리고 시청률을 어떻게든 뽑아내겠다는 취지로 만든 게 아니에요. '나눔'을 주제로 옴니버스처럼 이어가는 게 '마니또클럽'이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오는 옴니버스 영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애초에 메시지에 중심을 두자고 했고 당장 성적보다는 기획 의도가 좋게 닿아서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

초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김태호 PD가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방향을 조정해왔는지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초반에 많은 정보를 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티저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결정하고 가서 우리도 좀 혼란스럽긴 했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도파민이 많은 콘텐츠보다 편하게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쪽으로 가자는 방향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애초에 주중 밤이나 주말 밤 편성을 생각해서 구성도 버라이어티하게 짜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편성되면서 예능적인 구성도 넣고,호흡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야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더 친절하게 풀고, 완급 조절도 하고 있습니다. 방송으로도 보지만 OTT로도 보니까 두 개의 결을 어떻게 잡을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출연진 캐스팅 역시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시작은 '선물'이라는 키워드였다며 '마니또클럽'의 시작점을 언급했다.

"지난해 8월에 제니가 '연말연시에 시청자들에게 선물이 되는 콘텐츠를 하고 싶다'고 했고, 저는 그 '선물'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마니또를 떠올리게 됐어요. 1기 출연진들 때문에 추격전이 부각돼서 '추격전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사실 그보다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선물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크릿 마니또고, 그에 어울리는 출연자들을 기준으로 캐스팅하고 있습니다."

'마니또클럽'은 기수제로 운영된다. 1기는 제니, 덱스, 추성훈, 이수지, 노홍철으로 2기는 배우 고윤정, 정해인, 방송인 박명수, 홍진경으로 구성됐다. 1기는 버라이어티 성격이 강했다면, 2기는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조금 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연출될 거라는 전망이다.

"첫 번째 선물한 사람에게 베네핏이 있다는 설정 때문에 흐름이 추격전처럼 가버렸잖아요. 그래서 디테일한 빌드업이 잘 안 된 게 아닐까 싶어서, 2기는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잡았어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고 정성을 드러내면 또 다른 흐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시크릿 마니또에게 선물하는 모습도 결을 통일하고 싶었어요. 핸드메이드라고 하니까 훨씬 진심이 보이고 모이는 힘도 느껴지더라고요."

박명수, 노홍철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시 합류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설명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에 대한 고민과 현실적인 이유들에 대한 의견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새로운 출연진이 아무리 공부해 와도 경험 데이터가 없어서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익숙한 사람 몇 퍼센트, 새로운 사람 몇 퍼센트 이렇게 섞게 되죠. 그러다 보니 박명수, 노홍철, 광희 같은 분들이 출연하게 된 거고요. 또 시크릿 마니또를 놓고 생각했을 때도 누가 적합할지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분들이기도 했어요. 1기는 노홍철, 2기는 박명수랑 홍진경, 3기는 광희가 각자 역할을 잘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꼭 '무한도전' 때문만은 아니고 '지구마블'처럼 새로운 인물을 만났을 때 얻는 데이터의 장점도 분명 있으니까요."
 
MBC 마니또클럽 사진MBC
MBC '마니또클럽' 1기 출연진 [사진=MBC]

예능 프로그램에서고정 멤버 대신 기수제로 운영하는 방식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시간이 흐르며 얻은 케미스트리나 관계성, 시청자들 간의 라포 등 고정 멤버들로 하여금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내려두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김 PD는 새로운 화법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기수제로 운영하다 보니까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1기부터 계속 기수별로 이어지는 구조잖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기수들이 또 다른 기수에게 영향을 주거나 특별 출연하는 모습도 상상해봤어요. 요즘은 12부작을 다 보는 경우도 많지 않으니까 4부작으로 응축해서 끝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수 있고요. 고정 출연자를 만들면 케미가 쌓이고 편집도 편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는 좀 어려운 길을 택한 셈이죠. 다른 화법으로 가보자는 선택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방향과 다음 단계를 묻자, 김태호 PD는 '마니또클럽'을 혼자서 완성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저희 판단도 중요하지만, 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원하는 방향이고요. 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분들께 '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번에도 좋다, 나쁘다 이야기해 주시면 반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12회까지 촬영을 마쳤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의견 주신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MBC '마니또클럽' 김태호 PD [사진=MBC]

콘텐츠 제작사 TEO를 설립한 지도 어느덧 5년. 김태호 PD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지금의 환경이 처음 회사를 만들던 때와는 꽤 달라졌다고 말했다.

"요즘은 서바이벌이나 장르물처럼 도파민이 강한 콘셉트를 선호하잖아요. 장르적으로는 예전보다 좀 좁아진 면도 있는데 그만큼 소외된 장르를 건드리지 않으면 PD들이 평생 그걸 경험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시트콤 얘기도 자주 합니다. 시트콤을 경험 못 해본 후배 PD들이 드라마 타이즈 연출을 해봐야 새로운 씨앗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었어요. 처음엔 OTT 환경이 좋아서 좋은 소재만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다른 5년 후가 와 있죠. 그래도 TEO는 좋은 플랫폼들과 일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콘텐츠들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엔 제가 직접 연출하기보다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같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네요. 올해 5주년을 맞아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다시 고민하고 방향성도 새로 잡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TEO라는 회사의 정체성과 그 안에서 지키고 싶은 예능 철학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방향을 이야기했다.

"회사에 훌륭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서 각자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글로벌 유통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리고 회사 자산이 될 IP를 만들어서 키우는 것. 이 두 가지 방향으로 운영해왔습니다. 내년부터는 씨앗이 열매를 맺는 콘텐츠도 나올 거고 글로벌 성과도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물론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PD한테 제일 큰 도파민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최근 '흑백요리사'가 요리 프로그램의 시대를 열었듯, 새로운 '에라(시대)'를 열었다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면 다음엔 뭘로 열 거냐, 그걸 계속 고민하고 있죠. 회사 색깔은 있되 장르와 콘텐츠는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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