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금감원, 업무 마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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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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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장·팀장 대거 교체 업무 연속성 흔들, 쇄신안 조속히 마련돼야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부실 검사와 비리 등 각종 악재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식물인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부서장과 팀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업무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9일 금융당국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출범을 공식 발표하면서 개혁 대상 기관인 금감원을 TF에서 배제키로 했다.

땅에 떨어진 금감원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 조치로, 금감원 직원들이 느끼는 자괴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협·현대캐피탈 보안사고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대형 이슈들이 산적해 있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저축은행 감독 업무를 담당해온 한 직원은 “출근을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언론을 통해 사회적 여론을 파악하거나 동료 직원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동향을 지켜보는 게 하루 일과”라고 전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이번주 발표하는 보도자료는 ‘금융회사의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 운영 관련 개선 방안’ 한 건에 불과하다.

매주 평균적으로 5~10건의 보도자료를 발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최근 실시된 부서장급 인사와 이날 이뤄진 팀장급 인사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부서장 55명 가운데 47명(85%)를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지만, 한 분야를 오래 맡았던 장기 근무자들이 대폭 교체되면서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서장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직원들도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다.

또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급도 71%가 교체됐다. 262명의 팀장 중 185명이 자리를 옮긴 셈이다.

특히 저축은행 검사 부문은 업무 전문성과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 및 제재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자와 여성 팀장 등을 배치했다.

아울러 지역 유착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부산 등 지원에 근무하는 팀장의 90% 이상을 다른 지역 및 본부로 배치했다.

저축은행 쪽에 배치된 팀장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은행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팀장은 “최근 금감원에 쏟아지는 비난이 저축은행 쪽에서 시작된 만큼 저축은행 업무를 맡게 될 경우 부담이 클 것”이라며 “저축은행은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은 어떤 식으로든 금감원 개혁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감원이 흔들리면 금융기관들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다음달 중으로 쇄신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기다려야 하지만 결과가 빨리 나올수록 혼란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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