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후 베를린 시내 총리실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을 통해 “북한이 진정하게, 확고하게 핵(核)을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핵 안보 정상회의 김 위원장을 초대하겠다”면서 “이 점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는 북한에 미래를 위해 매우 좋은 기회다”면서 “국제사회에 나오면 북한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은 테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는 (북핵) 6자 회담과 여러 가지 남북문제의 기본이다”고 밝혀 지난해 북한군의 도발로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가 이번 핵 안보 정상회의 초청 제안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미국 측과도 이미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작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도로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 안보 정상회의 뒤 2차 회의 유치 관련 회견에서도 “북한이 2010~11년 2년간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세계가 합의한 사항을 따른다면 (북한을) 기꺼이 (2차 회의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와 함께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핵 안보 정상회의 초청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만큼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시장의 안내로 브란덴부르크문(門)을 둘러본 뒤 오찬을 함께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1961년 8월 베를린 장벽이 설치될 때 장벽 중앙에 놓여 동·서독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90년 통독 및 수도 이전 이후엔 ‘자유와 평화’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토록 두터웠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현장에 와보니 대한민국의 소원인 통일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보베라이트 시장과의 오찬에서 통독 후 사회통합 과정과 시정운영 경험, 양국관계 발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오전엔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볼스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호르스트 텔칙 전 서독 총리 외교보좌관, 외르크 쉔 봄 전 국방차관 등 통독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과 간담회를 한 뒤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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