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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재정부장관 내정자의 과제] <중> 국제금융 비전문가…내우외환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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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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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지난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87.9%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를 겪은 세계 경제가 각국의 찰떡같은 공조로 이를 빠르게 회복하면서 덩달아 한국 경제에도 훈기를 전달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작년 6%라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대외환경변화가 그만큼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수출지향형 경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필연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내포하고 있다. 작년처럼 대외 상황이 좋을 때는 우리도 따라 웃을 수 있지만, 올해처럼 중동발 정정불안, 일본 대지진, 미국과 중국 등 ‘G2’의 경기회복 부진이 겹치게 되면 국내 경제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가 수출지향적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내수를 좀 더 탄탄히 키워야 한다는 당위론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구구조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확충하기 위해 내수를 키워내기에도 모자라는 판에 대외환경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변모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대외경제환경 변화에 강한 경제구조 시급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각 국의 글로벌 정책공조는 와해되다시피 하고 있다. 각국이 저마다 금리인상에 나서는 데다, 지난 4월 파리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회원국들간에 경상수지 흑자폭을 4%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면서 수출환경 역시 녹녹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경제환경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우리 경제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숙제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두 어깨에 맡겨졌다. 대외경제환경중에서도 국제금융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례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하버드대 정책학박사 출신인 박 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광폭행보를 벌여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행시 23회로 재정부의 전신격인 재무부 세제쪽에서도 2년여 기간의 공직을 수행한 경험도 있다. MB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을 시작으로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지내면서 수많은 정책을 입안했다. 작년 개각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에 발탁됐다. 경제·사회가 복잡다난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박 내정자의 경제청사진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계층과의 소통에 적임자라는 데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국제금융쪽에서의 업무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세계화’라는 화두를 처음으로 제시한 YS정부는 아이러니칼 하게도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IMF를 초래하게 된다. 여기에는 당시 Y정부의‘국제금융홀대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재정경제원내 국제금융국(국금국)이 다른 국에 편입되면서 환란가능성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재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국금국을 홀대한 게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배경이었다”면서 “세계의 경제구조가 급속도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국제금융라인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국제유가 등 대외요인 필터링 절실

IMF 당시 외환상황은 제조업을 필두로 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전혀 상관없이 움직였다. 이는 ‘환율전쟁’에 살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표면화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작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토대로 한 파생금융상품의 끝모를 투기 때문이었다.

대내외 악재들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를 박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갈 지에 관심이 크다. 국제금융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상 특히, 유가와 원자재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이는 결국 환율변동폭을 키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유가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변동하고 있지만, 이번 유가 불안은 2000년대초 이후 장기 유가상승국면의 연장으로 석유수급구조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향후 석유 수급상황은 앞으로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유가는 장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수급 불안이 빈발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환율급등락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전국의 수출제조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 애로와 대응방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7.9%가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치솟고, 증시는 급락하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들의 말 한마디가 상황을 악화시켰던 것을 박 내정자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박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흐름을 꿰뚫는 혜안이 경제조타수에게는 필수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국제금융 전문가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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