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정 차관의 표면상 사의 표명 이유는 “그 동안 원없이 일했고 추진해왔던 대규모 국책사업이 마무리됐으니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이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및 LH 본사 이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다.
정 차관은 이날 오후 4시 가진 이임식에서도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정종환)장관님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잘 모셔달라. 또 국토부가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많은 만큼 열심히 일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짧은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차관급 인사는 통상적으로 장관이 취임한 이후 진행된다는 점에서 정 차관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는 물론 관료사회 일각에서는 정 차관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지방 이전을 주도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 정치적인 논리만으로 최종 입지가 결정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 사임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정 차관이 지난 토요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LH 이전 등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만큼, 새로 부임하는 장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본인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차관의 갑작스런 사임에 국토부도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특히 “원없이 일했다”는 표현은 정 차관의 나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차관을 보내려고 미리 자리를 비우도록 입김을 넣은 것이 아니냐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차관이 청와대의 이같은 기류를 감지하고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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