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1등은 안 망한다”, 윤윤수 “미래에셋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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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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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브랜드가 언제 매물로 나오겠느냐. 경기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1등은 안 망한다. 한번 해보자”5개월 전 박현주 미래에셋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 번 해보자”며 던진 승부수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디다스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한국기업이 글로벌 골프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한 어큐시네트를 인수한 것이다.

22일 인수작업을 주도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유정헌 사모펀드(PEF) 대표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관심이 많을지 몰랐다. 인수 작업보다 쏟아지는 관심에 응대하는 게 더 어렵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휠라코리아 박종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로도, 국가로도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인수작업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박현주 회장은 오는 24일께 윤윤수 회장을 만나 자축할 예정이다.

◇ 속전속결과 신뢰가 미래에셋·휠라 협력 배경

타이틀리스트가 매물로 나온 것은 올해 1월. 어큐시네트 등 비상장 3개 회사를 보유한 포춘브랜즈는 2년 전부터 행동주의 투자자가 어큐시네트 지분 10.2%를 보유하고서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자, 그때 어큐시네트 매각 계획을 세웠다.

골프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세계 최대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가 매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화제였다. 곧이어 캘러웨이,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에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까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유정현 대표도 “타이틀리스트는 그냥 1등 브랜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고 2등이 9%인 어마어마한 브랜드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이번 인수의 밀알이 됐다.

우리라고 1등 브랜드를 사지 못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판단한 유 대표가 박현주 회장에게 인수의 필요성을 보고하자 박 회장은 “글로벌 1등 브랜드는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1등은 안 망한다”며 바로 추진하라는 결정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수 작업에 1월 말 휠라코리아가 합류하면서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휠라코리아가 인수전에 선뜻 나선 데는 유 대표와 쌓은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유 대표는 2007년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할 때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과 한번 호흡을 맞췄다. 그 인연으로 4년 동안 휠라코리아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전략을 잘 알고 있었다.

윤 회장은 평소 호감을 가졌던 유 대표한테서 인수 협력 제의를 받고 선뜻 동의했다.

이미 삼성증권에서 인수 의향을 물었지만, 막대한 자금 부담을 질 수 없어 실행하지 못했던 터였다. 자금 조달 계획을 들고온 미래에셋PEF와는 해볼만하다고 판단한데다 유 대표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래에셋PEF와 휠라코리아는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공동자문사로 구성해 다른 글로벌기업, 사모펀드와의 치열한 경쟁 입찰에 들어가면서 인수전이 본격 시작됐다.

◇ 치밀한 전략과 비전 제시로 인수전 승리 

3월 말 미래에셋PEF는 산업은행, 휠라코리아와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미국 현지 실사에 나섰다.

포천브랜즈는 “도대체 너희가 뭔데 우리를 인수하겠다는 거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 있다.

그러나 유 대표가 미래에셋이 핵심 후원자를 하는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의 대형사진을 꺼내 보여주고, 윤윤수 회장이 휠라USA를 단기간에 턴어라운드한 전력을 설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덕분에 아디다스, 미국 PEF 등과 3파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경쟁구도를 좁힐 수 있었다.

최대 승부수는 포천브랜드의 가격 인상 압박에 대한 정면대응이었다. 인수 결정 일주일 전쯤 미래에셋PEF와 휠라코리아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더는 밀릴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고, 결국 그 전략이 주효했다.

가격 인상 불가 통보를 하면서 한때 인수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오히려 포천브랜즈가 조급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지난 20일 미래에셋PEF와 휠라코리아가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 인수액은 약 12억달러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4% 수준이다.

어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풋조이 골프화, 스카티 카메론 퍼터등을 보유한 글로벌 1위 골프용품회사로, 연매출이 약 13억달러에 달한다.

◇ 늦어도 5년 안에 상장…미래에셋·휠라코리아 윈윈

미래에셋PEF와 휠라코리아는 주주간의 구두 합의를 했다.

‘회사의 경영은 이사회를 통해서 한다. 아큐시네트 인수를 위한 홀딩컴퍼니(Holding Company) 이사회 구성은 미래에셋과 휠라가 5대 5로 한다. 이사회에서 CEO는 휠라코리아가, CFO는 미래에셋PEF가 정한다’는 내용이다.

유 대표는 “어큐시네트 경영의 모든 것은 이사회에서 한다. 이사회의 결정을 행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을 휠라가 정하고, 경영에서 재무 부분은 미래에셋PEF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PEF는 아큐시네트 인수를 위한 홀딩컴퍼니의 전화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우선주를 인수하게 된다.

유 대표는 “홀딩컴퍼니가 돈을 벌면 배당을 할 텐데, 배당을 미래에셋에 먼저 받을 수 있게 휠라코리아가 양보했다. BW나 CB로 인수한 것은 우리 투자자 가운데 연기금 등이 포함됐는데 보통주보다 채권 이자 등 안전한 면이 있어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아큐시네트 인수를 위한 홀딩컴퍼니는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 국내와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IPO 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신주매출 없이 투자자 구주매출만으로 IPO를 하면 차익실현, 휠라코리아의 아큐시네트 인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PO는 한국이나 홍콩이 대상이다. 두 곳 중 한 곳이 될 수도,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다. 중국시장 사업에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곳에서 IPO를 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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