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미래에셋증권 해외 최대 투자처인 홍콩법인이 흑자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150억원 이상 순손실을 냈다.
업계 최대로 해외투자를 일으킨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지표로 평가돼 왔다.
홍콩법인이 2003년 설립 이후 9년 동안 선진 금융시장인 홍콩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해외거점을 브라질 같은 신흥국으로 옮길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22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17개 해외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법을 적용하는 100% 연결 자회사 홍콩법인은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150억41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홍콩법인은 2008년 61억7100만원 순손실을 냈다가 2009년 241억8900만원 순이익을 올리면서 흑자로 돌아섰었다.
이번에 다시 150억원 이상 적자를 내면서 이 액수만큼 미래에셋증권 지분법손실로 반영됐다.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은 2010 회계연도 1421억1600만원으로 전년보다 15.48% 감소했다.
이 증권사에서 100% 출자한 홍콩법인 지분 장부가는 2009~2010년 3139억3500만원에서 3006억5000만원으로 132억8500만원(4.23%) 줄었다.
홍콩법인은 나머지 16개 해외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다. 연결장부상 16개 해외법인 전체 실적을 반영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법인에서 브라질법인을 신설한 데 따른 비용 증가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브라질법인을 2010년 신설하면서 들어간 초기 자금 영향으로 홍콩법인 실적이 부진했다"며 "예탁자산 증가를 기반으로 브라질법인이 연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전망인 만큼 홍콩법인도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회사 입장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이 홍콩법인으로부터 매입액을 2009~2010 회계연도 102억3700만원에서 40억4600만원으로 60% 이상 줄인 점도 적자전환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됐다.
애초 홍콩법인이 2009년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매출을 기반으로 흑자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증권 증권업종 연구원은 "홍콩법인은 미래에셋증권 해외사업 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대 투자처"라며 "적자로 돌아선 만큼 전반적인 해외법인 실적 악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법인이 적자를 내면서 해외사업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B증권 증권업종 연구원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수익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것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지만 국내 금융사는 아직 홍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홍콩법인 자체가 독자적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얻기 어려운 홍콩시장 사업을 축소하면서 브라질법인이나 베트남법인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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