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이를 두고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 권력이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정보업체인 EPFR에 따르면 신흥시장 채권펀드에는 최근 8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 들어 유입된 자금만 79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유럽 채권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129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시장 채권펀드 수요가 급증한 만큼 수익률은 하락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 발행된 달러화 표시 국채와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6.14%에서 최근 5.48%로 떨어졌다. 반면 전 세계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오름세를 띠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서 새로 발행된 25억 달러 규모의 채권 수익률은 평균 4.7%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발행한 같은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수익률을 밑돌았다.
브라질과 멕시코 정부가 발행한 국채도 벨기에나 한국 국채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FT는 투자자들이 일부 신흥국에 대해서는 재정위기에 빠진 몇몇 유럽 국가들보다 투자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개 주요 신흥국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지수는 최근 30% 가량 떨어진 206을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서유럽 15개국의 CDS지수는 오름세를 지속하며 190에 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픽테트의 시몽 뤼 퐁 신흥시장 채권 부문 책임자는 "신흥시장은 더 이상 틈새가 아니다"라며 "유럽이 자기 무덤을 파는 사이 신흥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떼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표시 채권뿐 아니라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지 통화의 평가절상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과열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증시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중 16억 달러가 신흥시장에서 이탈했고 MSCI신흥시장지수는 올 들어 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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