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단일 후보로 라가르드를 밀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라가르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목된다.
클린턴은 차기 IMF 총재로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을 밀 생각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린 자격 있고 경험 많은 여성들이 IMF 같은 주요 기구의 수장을 맡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아직 어떤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하진 않았다고 전제했지만, 유럽인을 차기 IMF 총재로 선출해야 한다는 유럽 측 주장에 다시 동조할 의중을 지금까지 미국 당국자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클린턴의 발언은 앞서 24일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 국가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이 지배하는 IMF의 전통이 끝나야 할 때"라고 말한 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남아공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낸 후 이틀 만인 26일에도 IMF 차기 총재를 개발도상국에서 배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아공 정부 대변인인 지미 마니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케이프타운에서 전날 열린 내각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국영 뉴스통신 부아뉴스가 전했다. 마니 대변인은 "정부는 IMF 차기 지도부는 신흥국에서 나와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며 그러나 잠재 후보군 중의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언론은 그동안 트레버 마뉴엘 국가기획위원장을 IMF 총재 후보 중 한 명으로 보도해왔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이날 프랑스 북부 휴양지 도빌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칸의 후임자로 다른 지역 출신을 임명하라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물리치고 재차 유럽인을 선출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아구스틴 가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서 G8이 이번에 라가르드를 차기 IMF 총재로 확정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MF 지분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는 IMF 정관에 따라 유럽이 35.6%, 미국이 16.8% 표결권을 갖고 있어 G8 회원국은 다음달 말까지 후임 총재를 선출하는 IMF 집행이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럽이 라가르드를 단일 후보로 미는 가운데 미국이 가세하면 절대 과반수로 그의 차기 총재 선출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IMF 총재 독식에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은 이날 신임 IMF 총재를 "민주적인 협의"를 통해 뽑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칸의 사퇴에 따른 후임 총재 후보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결정은 공개와 투명성, 능력 그리고 신흥국을 보다 잘 대표하고, 세계 경제구조의 변화를 더 잘 반영하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루앙 정부 대변인은 중국도 IMF 총재 결선 출마를 선언한 라가르드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그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IMF 집행이사회는 6월10일까지 3명의 후보를 추린 뒤, 다음달 말까지 차기 총재를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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