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로 경쟁력 강화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인수합병(M&A)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케미컬 위주의 국내 제약사 간 M&A가 아닌 바이오벤처 등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M&A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국내외 제약계의 움직임은 더 이상 느긋하게 기존 밥그릇만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약제비 인하 등 확고한 정부정책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특허만료 의약품 및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결정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약제비 관리방식 개편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제협은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이 가동 중인데 여기에 또다시 새로운 약가인하방안을 몰아붙인다면 제약산업의 장래는 물론 국가 보험재정과 의약품 수급의 안정성 모두 나쁜 결과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FTA 이후 제약 산업 재편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며 "제약기업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부정적 산업 구조조정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된다”고 성토했다.
약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확고하다.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쌍벌제를 통한 보험재정 안정화. 때문에 제약사들은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이 같은 상황은 해외 제약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시급해 보인다.
지난 3월 고성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매출성장 둔화라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력이 우수한 바이오 기업들과의 M&A 및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제약사들의 몸집 부풀리기
실제로 지난달 12일 일본 니케이신문은 다케다제약이 스위스 제약사인 나이코메드를 12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제약사의 최대 M&A이로 세계 15위인 다케다를 세계 10대 제약사로 상승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4일에는 산케이신문이 세계 최대 제네릭 메이커인 이스라엘의 테바제약이 일본 3위 제네릭 제약사인 타이요제약을 5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테바는 앞서 지난달 3일 미국 전문약 메이커인 세팔론을 68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밖에도 다이이찌 산쿄는 인도 제네릭 약물 선두 메이커인 랜박시를 인수했고 아스텔라스 파마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OSI제약을 40억달러에 합병했다.
또한 2004년 아벤티스를 710억달러에 인수한 사노피는 올해 미국 바이오그룹인 젠자임을 201억달러에 합병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제약사들의 M&A 활동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 우리만의 경쟁력 확보 시급
이처럼 급속한 국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경영자의 마인드 전환을 요구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왕국에서 기존 행태만을 고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울러 10년 후를 대비해 글로벌신약개발이 어렵다면 바이오벤처 등의 인수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한방의 글로벌화도 한 방안으로 꼽는다. 전세계적으로 식물성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보유한 한의학이라는 우수한 자원을 확대 강화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적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성욱 리딩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에 걸 맞는 회사를 찾아 M&A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10여년 동안 생존해 온 바이오벤처라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화이자와 로슈의 M&A 사례를 들며 바이오신약기술 및 제품라인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M&A의 특징이 매출증대보다 바이오의약 기술과 파이프라인 확보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바이오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제약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을 펼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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