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붕괴 때와 같은 증시 대폭락 사태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구제가 마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JP모건에 팔아넘긴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베어스턴스의 붕괴는 리먼사태의 전조가 됐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의 수석 에디터인 존 카니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미국 경제지표 악화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지난 1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것이 앞으로 닥칠 급격한 조정의 서곡이라며 증시가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다.
◇과도한 상승
한마디로 증시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카니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1900년 이후 연평균 5% 이상 오르지 못했다. 1929~31년 대공황으로 인한 증시 대폭락 이후만 해도 연평균 상승폭은 7%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우지수는 11% 올랐고, 최근 12개월 상승폭이 20%에 달했다. 연초 대비로는 거의 6% 상승했다. 카니는 적어도 올해는 상승장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개혁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개혁 바람도 시장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증세와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가 기업들의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기 떄문이다.
일례로 카니는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법이 기업들의 고용 관련 부담을 늘리고, 금융개혁법과 강화된 자기자본 규제는 은행권의 대출 고삐를 바짝 좨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력한 양적완화
카니는 대규모 자산 매입을 통한 연준의 양적완화도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을 공급받아 자본 구성을 재편한 금융권은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은 아직 연준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낮추면 '부(富)의 환상(illusion of wealth)'을 갖게 된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경제가 성장한다는 가설은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
카니는 유럽 재정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EU의 구제금융도 제 효과를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부자나라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재정위기국을 돕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 부자나라들이 구제금융 지원을 빌미로 그리스에 요구한 가혹한 재정긴축 프로그램은 '소설'이 아니면 비열한 보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꽜다. 그리스의 긴축만으로는 결코 부채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니는 유럽의 부자나라들이 재정위기국에 대한 자국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한 금융시스템
카니는 경제가 아직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스템의 부실을 우려했다. 여전히 균질화돼 있어 금융위기와 같은 갑작스런 리스크에 손상을 입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 충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체조에서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완벽한 착지만을 추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카니는 향후 수개월 안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헤지펀드 전문가인 제임스 알투처가 이날 마켓워치에서 주장한대로 향후 12~18개월 안에 다우지수가 현 수준보다 60% 높은 2만선에 도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2개월 안에 다우 60%↑
알투처는 마켓워치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우지수가 12~18개월 안에 2만 선에 이를 수 있는 이유 10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연준의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2)의 효과는 연말부터 제 효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이 단돈 1달러를 시중에 풀어도 경제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기까지는 6~18개월은 걸린다는 것이다.
알투처는 또 QE2를 통해 공급된 6000억 달러는 승수효과로 인해 3조 달러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금융 기업들이 2조 달러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풀어내기 시작했으며, 경기침체 때마다 기업들은 임시직 고용을 늘린 뒤 정규직 고용을 본격화하는데 최근 기업들의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그는 기업 수익이 사상 최대 수준이고, 애플을 비롯한 대장주가 심하게 저평가돼 있는 것도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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