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karma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크랙이 자글자글하다. '세월의 이력서'가 가득한 도자기 그림이다.
요즘 이 작품 인기다. 특히 '빌 게이츠가 선택한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스코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출품된 그의 작품에 매료돼 3점이나 주문했다는 소식 때문.
당시 빌 게이츠 재단의 아트컬렉션 담당자는 처음 그의 달 항아리에서 받은 느낌이 순간의 것이 아닐까 싶어 3~4번을 반복해서 찾았다고 한다. 그의 달 항아리를 마주할 때마다 무심한 듯 덤덤한 여백과 가느다란 선이 마음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는 듯한 느낌이 줄기는 커녕 보름달 마냥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작품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달항아리' 작가 대열에 합류한 최영욱(46)씨의 이야기다. 그의 달 항아리는 도자기 유약에 생기는 '빙열'에 주목해 다른 항아리작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넉넉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달 항아리는 한국적 전통미학의 상징으로 많은 작가들이 작업의 주제로 천착해오는 소재다.
소박하고 담백한 단순한 조형미를 탐구하는 작가들과 달리 독창적인 장식처럼 사용한 빙열 속에서 작가는 인생의 삶과 인연,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내고 있다.
"나는 도자기안에 내 삶의 이야기를 풀었다. 도자기는 우리 인생사와 많이 닮았다. 도자기의 선은 인생의 여러 길 같다.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 하나로 아우러진다."
최영욱작가. |
그는 달항아리에 인연의 기억을 품어 내기 위해 캔버스에 젯소(물감을 잘 입히기 위한 바탕자료)를 바른 후 물감을 여러 겹 올려 달 항아리 형상을 만든다.
도를 닦듯 연필로 무수히 선을 긋거나, 동양화 물감으로 응어리를 만들며 달 항아리 속에 갖가지 ‘삶’을 새겨 넣는다.
작가는 "크랙처럼 보이는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라며 "내 작품을 보고 삶의 이야기를 찾아낼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달 항아리에 구름의 선이 보이고, 바람도 묻어있다. 알록달록 볼거리는 덜하지만 은근히 곰삭은 담백함이 멋스럽다. 소란함을 가시게 한다.
달항아리를 '삶의 여정'으로 담아내고 있는 작가가 '인연의 기억을 품은 달 항아리'를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15일~7월 5일까지 서울 신사동 베르사체 홈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070-4402-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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