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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열 K옥션 대표가 작품이있는 경매전시장에서 사진을 찍자며 활짝 웃었다. 뒤의 작품은 2250만원에 낙찰된 이왈종화백의 부조다. /사진=홍정수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김환기 작품이 9억4천만원에 낙찰되기까지 얼마나 긴장감이 감돌던지, 정말 경매장이 후끈했지요. 20여번의 경합, 전화와 현장응찰의 한판승부였어요. 현장응찰자는 아예 패드를 들고 계시더라고요. 결국 전화응찰자에게 낙찰이 됐지만 아, 이게 경매의 묘미구나, 이래서 경매회사를 다니는구나, 너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22년간 다국적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팅 영업 전문가에서 올 초 미술품경매회사 CEO로 변신한 K옥션 조정열(45)대표가 기분좋게 미술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8일 열린 K옥션의 여름 메이저 경매 낙찰률이 80%대를 넘어서며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국내 경매사상 최초로 경매 성사금액이 추정가액 100%을 달성했다. 총 낙찰금액 55억원, '깜짝 실적'에 조 대표가 다시 거론됐다.
이전 K옥션을 이끌던 김순응대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였을까. 지난 4월 국내 경매시장 양대산맥중 하나인 K옥션 대표에 조대표가 선임됐을때 미술시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사전정보 없는 외부인사였다. '미술판 사람'도 아니고, 40대 '젊은 여성CEO'이라는 점은 그를 더욱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14일 서울 강남 신사동 K옥션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연간 500억선을 움직이는 경매사 대표실은 소박했다. 6인용 회의탁자와 명패 없는 책상, 3명이 들어오면 움직이기도 비좁은 공간이었다.
민낯으로 만난 그는 카메라 셔터가 터지자 화장을 해야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예전에 화장품회사에서도 근무했었지만 색조화장을 안해 늘 한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격식을 갖춘 기업의 여성CEO와 이미지가 달랐다. 인터뷰 직전 헐레벌떡 나타나 "학교 안간 고 1짜리 아들을 두들겨 패주고 왔다"며 영락없이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 "저도 이전엔 바지정장만 입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하고 여유가 있어서인지 이렇게 치마도 입게 되네요." 긴 파마머리에 분홍색 니트티와 스커트를 간편하게 입고 활달하게 웃었다.
여성이어서인지 섬세한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과 달리 자신은 외향적이라고 했다. 보기에는 내향적이지만 저돌적이고 공격적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쿨' 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말할때마다 아나운서처럼 분명하고 또박또박하게 말을 했다.
그는 "외국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익숙해서인지 미술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전 회사에서도 영업실적이 중요했지만, 그때는 직원들만 아는 실적, 다음에 만회가 되는 실적이었는데, 경매가 끝나니까 경쟁사가 이미 다 알고 온라인은 물론, 어플리케이션에 결과가 딱 뜨더라고요. 좋은 결과여서 다행이었지만요.하하하."
첫 경매를 상쾌하게 치른 조대표는 아직도 경매장에서의 짜릿한 흥분감에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낙찰률 81%. "가슴이 콩닥콩닥, 긴장상태에서 티는 못냈지만 속으론 입이 귀에 걸릴정도로 좋았다"는 조 대표는 '운칠기삼'이라고 했다.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경매시작하기전 1억이상 넘는 메이저 작품이 인바운드(전화)로 위탁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그는 "신뢰감의 K옥션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하게 자리매김된 것 같아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운은 그냥 오지않는다. 이번 경매는 마케팅 영업전문가로서 시험대였고 능력은 발휘됐다.
경매 10일전 프리세일을 앞둔 상황. 조대표는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외국인회사에서 일했던 영업방식을 적용했다. 어떤 작품을 어떤 내용으로 어떤 고객에게 권할 것인지를 훈련했다. 처음 하는 일이었지만 경매전까지 하루도 빼지 않았다. 고객별 맞춤 마케팅이었다. 덕분에 경매당일 12시까지 서면응찰이 70%에 육박했다. 이전엔 60%대였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쪼임을 당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너무 잘해준 것에 감사합니다. 작품이 좋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오랜시간 영업을 배운 저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자랑스러워요. 경합도 후끈했지만, 서면을 받고 시작한 것이 고무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경매가 끝나고 조대표가 가장 먼저 한일은 바로 다음날 직원들과 1박2일 워크샵을 떠났다. 회사운영방향에 대해 직접 발표를 했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인성검사(NBTI)시간을 가졌다. '다름을 인정하고 입장에서 바라보기'등을 통해 직원들과 교감하고 소통했다. 조 대표는 좋은 팀웍은 회사를 이끄는 힘이라고 여긴다.
K옥션은 오는 9월 7일 가을 경매를 열 계획이다. 조대표는 이번엔 위탁현장에 꼭 가보겠다고 했다. 권하는 가격과 받고 싶은 가격을 직접 조율해 볼 생각이다. 첫 경매를 통해 "경매는 처음과 끝이 명확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매사는 작품가격이 만천하에 드러나 투명한 거래시스템이지만 시장논리상 위탁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K옥션에서 거래되는 작가들은 대략 200여명. 이들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유통이 확실한 이미 증명된 가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정가를 정할때 위탁자의 의사, 고집이 반영될 수 밖에 없지만, 그는 유통거래 시스템을 지키겠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낮은 내정가에서 출발하지만 분명히 낙찰되는 명성이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높은 내정가를 받아서 한두번 서면이나 전화로 낙찰되면 밋밋하고 재미없잖아요. 또 미술품경매로 시작했지만 시계 보석은 물론 다양하고 고급스런 모든 소장품을 시도하는 혁신적인 경매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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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정수 기자 |
작고 마른 체구였지만 영업현장에서 전투한 끊고 맺음이 분명한 강단이 보였다.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일년에 10여회 해외출장을 다니는 스트레스 많이 받는 회사만 다녔다. 한국 유니레버와 로레알, 세계적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마케팅 상무, 피자헛 전무를 지냈다. 그가 지난해 받은 건강검진결과 나온 진단은 깜짝놀랐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금방 치료가 됐지만, 인생을 다시생각케한 계기였다.
모처럼 일을 쉬고 있을때 K옥션에서 제안을 해왔다. 받아들였다. 그동안 미술이 좋아 간간히 전시기획도 했던 경험과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며 도전장을 던졌다. 병원에선 일을 쉬라고 했지만 "이번 일을 천직으로 삼겠다"며 지난 4월 1일 K옥션으로 출근, 인생 2막을 열어제쳤다.
"미술품 회사는 우아하고 좋은 작품을 봐서 매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트레스 받는 것은 비슷 또는 더 한 것 같아요. 모든 일에 끝은 없는 것 같아요. 다음경매는 더 어렵다고 하는데, 더 잘해야 하는데…. 어휴~ 벌써 다음이 걱정이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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