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그렇다고 줄기까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최악의 경영진 내분 사태를 겪는 와중에도 꾸준히 업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얘기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사 회장과 사장에 은행장까지 얽힌 경영권 다툼에 조직이 크게 출렁였으나 한동우 신임 회장이 취임한 후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2조3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92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여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우 회장과 신한금융이 지향하는 경영 지침은 ‘수성(守成)’이다.
신한금융이 대형 인수합병(M&A) 이슈 등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가기로 결정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수년간 조흥은행과 LG카드 등을 인수하면서 조직이 급속히 비대해진 만큼 추가 M&A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또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제왕적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은행 인수 ‘NO’, 비은행 강화에 주력
지난 5월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자 국내 금융지주회사 대부분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신한금융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굵직한 M&A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바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 회장은 이 같은 시장의 전망을 일축했다.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한 자금이 워낙 많아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 회장은 “은행은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룹 내 재무구조를 감안해도 추가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조직을 다시 한번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여론도 강했다.
군소 은행 중 하나였던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에 포함됐던 조흥은행과 통합한 지 5년, 국내 최대 카드사였던 LG카드를 인수한 지 4년이 지났을 뿐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금 다시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또 다시 몇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덩치 불리기에만 10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아직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 강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
한 회장도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경우 자력으로 성장을 추진하되 필요하면 M&A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M&A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이다. 한 회장은 “현재 신한생명의 시장점유율은 6~7% 수준으로 그룹 위상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 회계연도 기준 신한생명의 초회보험료(가입 후 첫 납입 보험료)는 8579억원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대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6.4% 수준이다.
신한생명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업계 중위권에 불과했지만 이제 빅3(삼성·대한·교보생명)의 뒤를 잇는 4위권 경쟁을 벌일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은행과 카드처럼 그룹 수익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분리매각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우리아비바생명을 신한금융이 인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임박
신한금융은 오는 30일 한 회장의 취임 100일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그동안 준비해왔던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내부 직원과 전문 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배구조 및 승계시스템 등을 연구해 왔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은 극소수 경영진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회장과 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를 회장 1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내에서 회장과 사장이 불필요한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계열사 CEO들이 그룹 경영과 관련된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정례 모임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데 반해 신설되는 기구는 예산집행, 계약체결, 경영계획수립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결의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경영승계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된다. 차기 후계 구도에 따라 임원 줄서기가 횡행하고 파벌이 형성되는 폐단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 회장도 “새로운 지배구조와 승계시스템이 시행되면 앞으로 신한금융이 어떻게 나아갈 지 알게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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