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인수가격으로 인한 자금조달 문제, 주가하락, 알짜 부동산 매각, 대한통운 노조의 반대 등 CJ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에선 '제 2의 한화그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막대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한 전례 때문에 CJ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로 다음날인 29일, CJ는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시원한 자금조달 해법을 제시치 못했다.
특히 조달해야 할 2조원의 자금 가운데 '차입'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CJ는 현재 CJ제일제당과 CJ GLS를 통해 각각 1조원씩 조달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23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 지분(459만주, 약 4300억원 예상)과 유휴 부동산(약 4000억원 예상) 등을 처분하면 1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삼성생명 지분과 부동산 처분은 시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교환사채 발행, 부동산 담보 대출로 인수자금을 맞출 계획이다.
문제는 CJ GLS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80억원에 불과하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여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전체 인수대금의 50%인 1조원을 외부에서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이와 관련, 이관훈 CJ(주) 대표는 "지주회사인 CJ(주)에서 CJ GLS에 5천억원 가량을 증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5천억원에 대해서는 금융권에서 차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간담회 직후 CJ(주)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뜻이다. 뿐만아니라 금융권 차입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CJ의 우선협상자 선정발표 이후 이틀 간 CJ(주), CJ제일제당 등 그룹 주가는 물론 대한통운 주가도 하한가 근처로 곤두박질 쳤다.
인수자금과 주가하락에 이어 대한통운의 '강성노조'도 골치다.
대한통운 노조는 29일 "아무런 시너지 효과가 없는 CJ그룹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실사저지,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CJ의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대한통운 직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매각 진행사항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했다.
특히 노조는 CJ가 과도한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그 부담이 고스란히 대한통운 전 종업원들에게 전가됐을 뿐 아니라 CJ의 계열사인 CJ GLS와 사업 부분이 중첩돼 대한통운 구성원들의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대한통운의 부동산 평가액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을 꼽았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광주터미널 부지다.
롯데는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이곳에 대형마트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한통운 채권단이 이를 분리 매각하자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대한통운이 보유한 토지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부지 등 413건에 182만8612㎡로 장부가액은 4045억원 정도이다.
이외에도 대한통운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본사를 포함해 건물만 384건에 48만5976㎡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과거 동아그룹에서 곽영욱 전 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거치는 동안 알토란같은 부동산 자산을 모두 처분했다"며 "현재 평가되고 있는 부동산은 과거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다른기업의 인수합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입에 의한 인수'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이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엄밀히 보면 '차입' 개념이며, 금호그룹이 무리하게 인수한뒤 재매각하는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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