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은 국민화합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공언하고 있지만 태국 내의 뿌리깊은 계층 간 갈등과 정정 불안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태국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푸어타이당이 집권 후 직면하게 될 최대 당면 과제는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해외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과 복귀 문제이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2008년 대법원의 부정부패 공판에 참석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 주로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은 궐석재판을 통해 탁신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상태다.
푸어타이당은 해외도피 이후에도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탁신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을 총리 후보로 발탁,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푸어타이당은 선거 유세 기간 국민화합을 위해 탁신 전 총리 등 모든 정치범을 사면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탁신 전 총리는 푸어타이당의 총선 승리를 장담하면서 올해 12월께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를 쿠데타로 실각시킨 군부와 왕실, 엘리트층 등이 탁신 전 총리의 사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푸어타이당 정부 출범 후 또다시 정치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집권 당시 급진적 개혁정책들을 시도하고 태국 사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인정받는 왕실의 권위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하면서 왕실과 군부의 강한 반감을 샀고 이런 불만이 군부 쿠데타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탁신 전 총리도 이런 기류를 반영, 푸어타이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태국 내에서는 탁신 전 총리의 사면 여부에 대한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태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와의 관계 설정도 푸어타이당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푸어타이당은 집권 이후 군부 개혁에 나서지 않고 현 지휘계통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탁신 전 총리 축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군부 요직에 포진하고 있어 양측이 당장 신뢰관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의 껄끄러운 관계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푸어타이당과 군부 실세들이 해외에서 비밀리에 차기 정부 구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양측 모두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태국 군부는 지난 1932년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전제군주제를 폐지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이래 총 18차례에 걸쳐 쿠데타를 감행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연구소의 파빈 차차완퐁푼 박사는 “탁신 전 총리가 태국 복귀를 시도하면 군부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 내에 소요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중심추 역할을 해왔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83)의 노쇠화도 태국 정계와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2009년 9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를 보여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입원한 뒤 현재까지 장기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태국 출라롱콘 정치학부의 티티난 퐁수디락 교수는 “모든 정당과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면서 “다수 의견이 무시된다면 또다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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