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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가업 상속,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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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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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 지난 2008년 국내 중소기업계를 발칵 뒤엎은 사태가 벌어졌다.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쓰리세븐'이 경영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쓰리세븐은 당시 손톱깎이 단일품목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업주 일가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경영권을 내놓아야만 했다.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쓰리세븐 창업주인 김형규 회장은 지난 2008년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가업을 상속하려면 70억원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당시 경영을 맡고 있던 창업주의 사위 김상묵 대표는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결국 그가 내린 결정은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었다.

실제 창업주 일가 5명은 보유한 주식 240여만주 가운데 200만주를 한 제약회사에 팔았고, 세계 1위 기업이 상속세가 없어서 경영권을 넘기고 말았다. 당시 중소기업계는 정부와 관련기관에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지금도 대책 마련은 되지 않고 있다.


◆ 창업해서 세금 내다보면 3대 못간다
국내 중소기업의 24%는 가업 상속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45%는 향후 상속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현행 세법으로는 가업을 상속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야 할 세금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가업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과도한 상속·증여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업계는 중소기업의 상속을 위해서는 상속·증여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현행 세제로는 정상적인 가업 상속이 불가능하다. 기업이 통상 가업을 상속하려면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 현금으로 상속·증여받는다고 가정하면 기업을 올곧게 물려줄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00% 지분으로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킨 후 아들에게 가업을 상속하려면 100%에 대한 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젊은 아들이 시가총액의 50%에 달하는 자금을 보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2세들이 50% 주식만 상속받고 나머지 50%는 세금 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서 매각하는 이유다.

손자로의 경영권 승계는 기업을 매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창업주인 아버지의 100% 지분은 상속세로 인해 아들대에서 50%로 축소되고, 아들에서 손자로 경영권을 승계할 때는 또 다시 절반의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25% 지분만 남는다. 기업을 크게 일궈도 3대를 이어가지 못하는 제도적인 한계다.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들은 상속은 커녕 쏟아지는 세금폭탄에 대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와중에 몇몇 기업들은 각종 편법을 통해 절세 방법을 강구하다 철퇴를 맞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증여세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세계적으로도 한국만큼 세금부담을 지우는 국가는 드물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가업을 승계한 후 고용창출을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기업가에게 과중한 세금부담을 지울 경우,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가업 승계 이후 7년간 고용을 100% 유지하면 상속세를 100% 면제해준다. 일본 역시 비상장 중소기업에 한정, 5년간 지분을 유지하면 증여세를 전액 유예해준다.

현재 우니라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전세계 123개국 중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 상속세를 부여하지 않고, 상속세가 있는 국가도 최고세율이 평균 21%에 불과했다.


◆ 세금폭탄 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 동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틈만 나면 상속과 관련해 정부에 호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가업 상속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을 못 내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다만 제도의 유연성을 살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할 때 납세 시점을 유예해주거나 승계 이후 일정 시점부터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다.

기업들도 최근 들어서는 미리 대응하자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조금씩 지분을 양도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거액을 만들기보다 조금씩 여러 번 나눠서 상속한다면 세금으로 인한 타격이 적다는 논리다.

국내 대기업들 중에는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비교적 빨리 전환한 대기업들이 해당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에게 승계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들 허윤홍씨는 시장에서 여러 번 소량으로 주식을 매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룹 측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능력을 본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들의 가업 승계 방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가업 승계를 결정했다면 세금 문제가 코앞에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여유자금이 있는 대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비교대상이 아니다"라며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서 가업 승계를 위한 별도자금을 마련할 형편이 못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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