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일 '신용카드 시장의 건전성 진단' 보고서에서 "2003년 카드사태를 가져왔던 2000~2002년의 신용카드 대출 급증 현상에 비하면 현재 상황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낮다"며 "그러나 현재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부실 확대와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2002년 신용카드 대출은 30조원 증가해 2002년 카드사 자기자본의 5배에 달했지만, 최근 2년간 신용카드 대출은 2조5000억원 증가해 카드사 자기자본의 1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10년 신용카드 전체 이용실적은 517조4000억원으로 전년 470조9000억원보다 9.9% 증가했다. 지난해 신용카드 자산은 14.7% 증가해 2006~2009년의 평균 증가율 6.3%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신용카드 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도 지난해 19.7% 증가했고 올 1분기까지의 대출 역시 17.4%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 연구원은 "카드론 사용자 중 다중채무자와 복수카드론 보유자 비중이 높아 부실화 위험이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상승하거나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시 과다채무자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건전성 지표 흐름의 경우 레버리지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구원은 "올 1분기 레버리지는 4.1배로 지난해 3.8배보다 상승했고 일부 카드사의 경우 레버리지가 7배를 넘는 등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마케팅 비용도 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3% 증가해 카드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여신협회 역시 '신용카드 발급 증가에 따른 위험 분석' 자료를 통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묻지마 식의 카드 발급이 늘고 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여신협회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묻지마 식의 카드 발급이 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연도별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저신용자(7~10등급)에 대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전년 대비 39.3% 급증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금융위기로 2009년 저신용자 카드 발급이 49.9%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여신협회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단으로 카드 발급이 증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을 들어 반박했다.
카드 돌려막기를 위해서는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이 늘어야 하지만, 현금서비스 이용은 2008년 89조원, 2009년과 지난해 각각 81조원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전체 신용카드 보유자 중 저신용자의 카드보유 비중은 9.5%로 전체 대출보유자 중 저신용자의 대출보유 비중인 20.3%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여신협회는 "전체 가계부채(800조원)에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3.5%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카드 발급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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