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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읽는 중국경제> 중국 젊은이의 선택 ‘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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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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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한 사랑" vs "현실성 결여된 낭만주의"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뤄훈스다이'의 한 장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제발 나랑 결혼해줘. 나는 차도, 돈도, 집도, 다이아몬드 반지도 없지만 너랑 평생을 함께 할게.”

최근 중국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TV 드라마 속‘뤄훈스다이(裸婚時代)’바링허우(80后·80년대 태어난 세대) 남자 주인공의 명대사가 인기입니다.

오늘은 중국 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신 결혼풍속 ‘뤄훈(裸婚)’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뤄훈은 말 그대로 나체결혼, 벌거숭이 상태에서 아무것도 없이 무일푼으로 결혼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집도 차도 통장도 없이 달랑 9위안(혼인등록 비용)만 내고 혼인신고만 한다고 말하죠.

이처럼 뤄훈이 유행하는 것은 최근 중국 내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수두룩한데다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집값이 큰 폭으로 뛰어 내 집 장만이 어렵고 물가까지 폭등해 수중의 돈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결혼전문업체에 따르면 요즘 중국 예비 신혼부부들의 결혼 준비 평균 비용은 20만 위안(한화 약 3200만원) 정도로 집계됐죠.

이에 따라 어떤 면에서 뤄훈은 서구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세례를 받으면서 극심한 빈부격차 를 경험한 중국 젊은 세대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47.5%가 ‘뤄훈을 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뤄훈을 할 수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43%에 달했습니다.

뤄훈을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분분합니다. 누구는 “뤄훈이야말로 진실된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가 하면 누구는 “현실성 없는 낭만주의”라고 반론을 펼치고 있죠.

여자친구와 3년째 사귀며 컴퓨터 판매원으로 일하는 바링허우 신화(辛華)는 “뤄훈만이 물질적 배경을 보지 않고 서로 순수하게 사랑만 가지고 결혼하는 것”이라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바링허우 장원(張雯)은 “뤄훈은 나를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이라며 “물질적 기초가 없다면 어떻게 결혼을 하고 평생 함께 살 수 있냐”고 반박했습니다. 결혼생활의 풍파 속에서 고작 결혼증명서 한 장이 어떻게 밥 먹여줄 수 있냐는 것이죠.

또한 낭만주의에 사로잡혀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은 뤄훈은 결국 파경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TV 드라마 ‘뤄훈스다이’에서 뤄훈을 택한 주인공들은 힘겨운 삶을 영위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아내가 돈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면 난 남자도 아닌 것 같다” 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이에 대해 사회과학원 양푸창(楊富强) 연구원은 “뤄훈은 젊은 세대들에게 행복의 선택이자 자조섞인 비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집·차·통장은 필수 혼수품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뤄훈은 한편으로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중국 결혼의 새로운 문화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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