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셰는 이날 ECB가 금리를 상향조정했다고 밝힌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의 등급이 강등된 것과 관련해 "자산 담보에 적용하는 최소 등급 조건을 유예"하는 특별 조치를 통해 포르투갈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국가들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담보를 요구하면서 이것이 '투자 적격의 최소 수준'을 갖추도록 규정해왔다.
무디스는 이달 5일 포르투갈의 신용 등급을 '지급 안정성이 적당하지만 환경 악화에 따라 취약해질 가능성 있다'는 Baa1에서 4단계나 떨어뜨려 '지급이 불안해질 가능성 있다'(투기등급)는 수준으로 강등했다. 또 신용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춤으로써 추가 강등이 이뤄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트리셰는 하지만 그리스 채무 '차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포르투갈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키로 한 것이 그리스 문제에 대한 ECB의 입장 완화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면서 "두 사안이 엄연히 다른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포르투갈의 경우 (담보의) 등급 여건을 유예하는 것인 반면 그리스는 '민간 채권단을 (차환에) 참여시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ECB는 여전히 '선별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트리셰는 "유로존 정부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그리스 사태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선별적인 디폴트를 포함하는 2차 구제를 강행할 경우 "유로존과 유럽 전체를 금융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한편, 로이터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세계 대형 은행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의 찰스 달랄라 총재가 이날 로마에서 ECB 및 그리스를 포함한 유로존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 4시간여 논의했지만 그리스 민간 은행 채권단을 차환에 동참시키는 문제를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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