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6월말 최종 결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부실 저축은행의 퇴출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을 제시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돼 고객들의 예금인출에 시달리는 저축은행 업계는 11일 집계도 되지 않은 BIS비율 기준을 묻는 고객들의 전화 쇄도로 곤욕을 치렀다.
◇앞서간 의욕에 '공포탄'만 쏠까 우려
당국은 지난 5일 금융감독원 182명, 예금보험공사 60명, 회계법인 96명 등 338명으로 20개 검사반을 꾸렸다. 금감원과 예보의 검사, 회계법인의 감사를 동시에 실시함에 따라 어느 때보다 깐깐하게 저축은행 검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단에 돌입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BIS 비율이 8% 미만인 저축은행에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이 한 예다.
저축은행이 자체 집계한 BIS비율이 당국의 지도기준인 5%를 넘더라도 경영진단을 통해 거품을 걷어낼 경우 8%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금감원의 시각이 반영된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의 6월말 최종 결산이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주문을 내걸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괜한 불안감만 조성할 소지가 큰 탓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6월말 결산 결과는 9월이 돼야 최종 확인할 수 있다. 자체 건전성 분류 및 회계법인의 감사까지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 역시 이 같은 업계의 일정을 감안해 9월말까지는 부실 저축은행의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안 발표 당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BIS 비율 8% 기준이 거론됨에 따라 당국의 설익은 정책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BIS비율 5~8%가 퇴출 대상이냐"…불안감 확산
업계는 당국의 이 같은 주문사항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는 기준이 기존 BIS비율 5%가 아닌 8%로 훌쩍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BIS비율 8%를 거론한 것 자체가 기존 BIS 비율이 5~8% 사이에 있는 저축은행들은 모두 가시방석에 앉은 꼴"이라며 "시장에선 결국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퇴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BIS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고객들은 이날 거래하는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묻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자칫 대량예금인출 사태마저 우려케 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BIS비율이 6월말 현재 8%를 넘었냐는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쏟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6월말 결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확한 대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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