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키코분쟁 3년] 사기혐의 벗은 은행…진통 계속 될듯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7-21 16: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방영덕·이수경 기자) 최근 법원에 이어 검찰도 키코(KIKO)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손을 들어주면서 키코를 팔았던 11개 시중은행들이 모두 사기혐의를 벗었다.
 
검찰은 시중은행을 고발한 수출기업들이 키코 투자로 인해 입은 피해는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지난 3년 간 피해 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벌인 사투는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검찰의 결정에 해당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민사소송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키코사태로 인한 진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키코 분쟁 왜 생겼나
 
키코란 환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팔 수 있도록 한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이 은행에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고,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외화를 팔도록 하는 식이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내릴 것을 대비,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키코에 가입했다. 기업들 입장에서 키코는 환율 걱정없이 영업하도록 도와주는 상품으로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키코는 약이 아닌 독이 됐다. 당시 900원 후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위로 솟구치면서 키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2008년 10월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키코에 가입한 487개 수출기업의 손실액은 무려 3조1874억원에 달했다. 환율 상승에 2개월 전보다 손실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당시 키코를 가입한 기업들이 설정한 '녹인(knock in) 환율'은 대개 950~970원 수준이어서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기업 손실액이 750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코는 환율이 '녹'인 수준을 넘으면 계약액의 2~3배를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 기업들은 키코라는 상품을 잘 모른 채 은행의 적극적인 권유에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불완전판매, 불공정거래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은행이 처음부터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구조로 키코 상품을 설계했는지, 기업과 계약하면서 상품 위험성이나 수수료 존재를 일부러 숨긴 것인지 등이었다.
 
◇ 은행 무혐의 근거는?

검찰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상황 탓일 뿐 은행이 고의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이 손실을 본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환율변동 때문이며, 계약 때 은행이 챙긴 수익은 계약금액의 약 0.3~0.8% 정도로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했을 때 과다한 수준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제로 코스트'라는 용어로 은행이 기업을 속이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업이 내는 수수료가 없다는 의미에서 쓰인 용어일 뿐 이것이 콜·풋 옵션의 이론가(여러 변수를 고려해 미래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가격)가 같다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비스의 대가로 은행이 일정 마진을 수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이 전제였다.

당초 기업들은 "은행들이 상품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풋옵션(기업 쪽이 특정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권리)과 콜옵션(은행 쪽이 달러를 살 수 있는 권리)의 가치(프리미엄)가 같은 '제로(0) 코스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콜옵션의 가치가 풋옵션의 가치보다 훨씬 높아 은행이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5월말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던 키코 사건 첫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당시 환율하락을 전망한 상황에서 사후 급격한 변화 때문에 당사자 사이에 큰 불균형이 생겼다고 해서 상품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 역시 "환율상승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키코손실을 은행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끝나지 않는 분쟁, 민사소송 줄이을 듯
 
11개 시중은행들은 키코분쟁에 있어 일단 검찰로부터 법적 책임은 면했다. 하지만 피해 기업들이 대규모 민사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키코를 둘러싼 피해 기업들과 은행 간의 싸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합당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송을 멈추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집행부는 지난 20일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11개 은행 상대로 한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서울 고검에 항고키로 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재정신청 등 대응책을 마련해 민사소송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130여개 기업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협회도 키코에 대한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키코는 약정한 환율을 벗어날 경우 기업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파생금융상품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했음을 주로 비판한다.
 
금융소비자협회는 "키코 문제는 상품의 설계가 아니라 금융사들의 이득을 얻기 위해 기업들을 기망하며 상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은행 입장에서는 위기가 아니라 키코를 통해 수조원을 벌게 된 기회로 영업을 한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