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밟으며 대학에서 교양강좌를 맡아온 B씨(女, 34세). 최근 한 선배로부터 지방캠퍼스 시간강사 자리를 추천받았지만 거절해야 했다. 월 50만원 정도인 강의료가 걸리긴 했지만 교통비, 식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어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다.
중산층을 자처해 온 A씨와 B씨의 사례는 2011년 선진국을 앞두고 있다는 대한민국 가구의 현주소다. 물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임금인상률, 폭등하고 있는 자녀 교육비, 취업난 등이 몰고온 필연적 결과다. 대한민국이 가난해 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물가인상률은 4%를 훌쩍 뛰어넘어 5%를 향해 치닫고 있다. 정부 경제성장률 전망치(4.5%)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의 성장세여서 서민·중산층과는 괴리가 크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 4년'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임금노동자 비중 증가를 고려하면 2007년 56.7%에서 지난해 52.5%까지 급락했다.
고용문제도 심각하다. 2008년 3.2%던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에만 3.8%에 달하고 있다.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취업애로계층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2008년 6.1%에서 지난해 7.6%까지 늘었다. 실질 청년(15~29세)실업률은 20~30%로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9000억원. 2009년에 비해 3.5% 줄었다지만 양극화는 보다 극명해졌다. 최하위 소득가구에 비해 최상위 소득가구는 5배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한 것이다. 연간 700만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은 중산층을 붕괴시키는 주원인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위안화 동반강세는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원화가치를 오히려 속락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B씨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들에게는 남의나라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상대적인 박탈감만 더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