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결국 환율변동성 키워
이렇듯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럽 부채위기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면서 국제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로는 세계 1·2위를 달릴 만큼 건전성이 취약한데, 자국 통화가 초강세를 띠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경제대국 미국과 일본에서 발생해왔다.
자국 통화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구조와 기초경제가 튼튼하다는 뜻인데, 얼핏 들어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바로 부채에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유럽의 부채위기를 걱정해 유로화를 달러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처럼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가 여전히 달러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상존하고 있어 얼마 전까지 달러는 강세를 유지해왔다.
특히 달러가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이고, 미국이 달러를 계속 찍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유럽 부채위기 확산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즉 달러가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띤다는 것.
하지만 2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하락하면서 달러 강세는 단기적인 흐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엔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일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75.95엔을 기록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기야는 21일 일본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워낙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처럼 '유럽 부채 증가→달러 선호현상·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등 부채위기는 국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저금리정책이 '빚잔치' 불렀다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23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적자는 14조3000억 달러(약 1경5227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달 초 미국이 부채한도 확대 결정을 내리면서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는 2조4000억 달러(약 2529조원) 늘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에 걸쳐 재정지출을 2조5000억 달러(약 2635조원) 줄여야만 재정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쌓아온 부채규모는 미국 경제의 쇠락을 이야기할 때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저금리 체제를 유지한 것은 그야말로 빚잔치를 초래한 공공정책의 대표적인 예다.
저금리는 부채를 증폭시키는 데는 특효약이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한다.
게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시장지표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빚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렀다. 이 때문에 실제로 돈을 더 많이 빌리고 또 빌렸다.
바로 그 '값비싼 결과'가 자산버블을 낳았고, 이는 특히 주택시장 버블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 단적인 예다.
선진 금융기법의 발달도 부채를 증폭시키는 데 한몫 했다.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금융상품의 증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빚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결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경기침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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