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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아시아 첫 순회전을 갖는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가 장미셀 오토니엘이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플라토제공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시적이고 부서지기 쉬운 감성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내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시아 순회 첫 회고전을 열기위해 서울을 찾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장 미셀 오토니엘은 "나의 모든 작업은 곧 나의 자화상"이라며 "한국의 대중들이 어떻게 작품을 평가할지 궁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첫 순회전을 서울에서 갖게 된 데 대해 “서울이 세상으로 좀 더 열린 국제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울을 선정했다”며 “서울에서 회고전을 갖게 돼 기쁘다”고 했다.
오토니엘은 자신의 25년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중간 회고전 ‘My Way’를 8일부터 11월27일까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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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셀 오토니엘 /사진=박현주기자 |
하지만 알고보면 깊고 슬픈 사연이 가득하다.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드러난다.
그는 “전시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젊은 사제는 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자 내 작품활동의 토대가 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시절 한 남자를 사랑했다. 사제를 꿈꾸던 신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종교적 신념과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다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 상처. 작가에게는 영혼을 잠식한 흉터가 됐다.
그러나 작가는 천재였다. 고통과 슬픔의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영롱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번 회고전은 그의 상처가 시작된 '사제복' 을 걸어놓으면서 그의 아픈 삶을 회상하듯 작품을 선보인다.
"사제복은 1986년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누이가 바느질해 만들어 고이 간직해오다 이번에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다"는 그는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여행이자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세상과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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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복을 입은 자화상 |
'사제복을 입은 자화상'(1986) 은 가까이 들여다야할정도로 작은 사진이다. 수피교 수도사의 원무를 연상시키듯, 옷자락이 둥글게 펼쳐질 정도로 수도원 앞 뜰에서 두려움에 맞서는 듯 큰 동작을 보이는 22세의 작가가 들어있다.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첫 번째 자화상은 절망의 노래였다. 나는 예술계에 나를 드러내고 그로부터 구조되는 기회를 잡았다 "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자화상은 절망의 노래였다. 나는 예술계에 나를 드러내고 그로부터 구조되는 기회를 잡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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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대>는 개인만의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으로서,침대를 둘러싼 현란한 색채의 유리구슬과 매달리고 움켜쥐도록 만들어진 은 레이스의 고리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몽환적인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
"나는 파리 루브르나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내 작품을 역사적인 조각이나 장소와 연결시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로댕은 여전히 전세계 조각가들의 주요 참조 대상이며, 그의 조각과의 시적인 대화는 대중이 나의 작업의 주제인 육체와의 연계성, 자유로워지는 법, 사랑의 애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회고전은 오르페우스의 여행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플라토에 설치된 <지옥의 문>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점은 나의 20여 년의 작업에 대해 위대하고 창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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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비는 벽 |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된 유리구슬 덮개로 만든 왕관모양의 조형물 '야행자들의 키오스크'가 그의 작품이다. 이 설치물을 만지면 딸을 낳는다는 풍문까지 돌 정도로 이 작품은 파리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펼쳐온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에서 '마이웨이'를 주제로 1980년대 초기작부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상처를 녹여낸 설치, 드로잉, 비디오 퍼포먼스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성냥갑에 붙은 유황칠로 되어 있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원을 비는 벽'은 관람객들이 오천 개의 성냥개비를 그어 벽에 불을 붙임으로써 작품은 상처투성이의 거대한 벽이 될 예정이다.
출품된 작품들은 서울 전시후 일본 도쿄의 하라 현대미술관과 2012년 여름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차례로 열린다. 관람료 일반 5000원.월요일 휴관. 02-2014-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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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들>은 작은 유리 모형을 이용해 부력을 실험하는 데카르트 잠수부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물이 가득 채워진 60개의 유리병들로 이루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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