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3조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의회에 제안하면서 부유층 과세 등으로 약 1조5000억 달러의 세금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버핏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중심의 보수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오바마의 제안이 내년 대선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며 "의회에서 오바마의 생각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발표가 있기도 전에 이미 그의 제안이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편을 갈라 '계급투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이는 계급투쟁이 아니라 수학 문제"라며 "공화당은 본질을 희석시키지 말라"고 맞섰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 부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줬고, 전쟁을 치르면서 늘어난 연방정부의 과다한 지출이 오늘날의 재정 문제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지출 중 줄일 것은 줄이겠지만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오바마의 이날 발표 요지는 "부자들과 거대 기업들이 중산층 이하 납세자들만큼 '공평한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앞으로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과가 빠진 어떠한 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워렌 버핏보다 버핏의 비서가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이미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오바마는 또한 "노년층 의료 보험인 메디케어의 근간을 흔드는 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정부의 과다한 지출은 줄이겠지만 일반 미국 시민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이와 함께 농업보조금 및 연방퇴직 프로그램 개혁, 사회보장 제도 개선 등의 연방 재적적자 감축안을 제시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의 제안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반응을 놓고 "과거에 여러 차례 벌어졌던 정치적 갈등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민주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유층 세금을 더 내게 성공하게 한 것을 기억하고 있고, 반대로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위해 부유층 세금을 덜 내게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임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적자 및 경기 회복 이슈에서 부유층의 역할은 정치적 입장과 역사에 따라 달라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WP-ABC뉴스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자의 세율 인상에 찬성한다'는 것을 민주당은 대중적 지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경기 회복 과정에서 기업가 등 부유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만일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거둘 경우 고용 회복을 더디게 하고 결국 급여 생활을 하는 일반 납세자들의 경제적 고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재정적자 감축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의회 슈퍼위원회는 이날 오바마의 제안 등 모든 방안을 놓고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유층 과세안을 놓고 워싱턴 정가가 한차례 더 씨끄러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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