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가들은 시민사회진영의 정치적 파괴력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 정당의 몰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풍’(안철수바람)은 차기 대권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고한 입지를 뒤흔드는 파괴력 그 자체였다. ‘비정파’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대선·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내달렸기 때문이다. 이때 형성된 시민사회 바람은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 선출로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후보의 약진에 대해 “한마디로 기존정치의 혐오의 결과”라며 “안철수로 대표되는 비정파 개혁상징의 승리”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박 후보가 지난달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혔을 때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안풍’에 힘입어 45% 정도의 지지가 쏠린 것”이라고 봤다.
이번 야권후보단일화 경선을 통해 개혁ㆍ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의 정치력에 탄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활동하던 개혁적 시민사회 진영이 정치권의 구태와 무능력에 맞서는 하나의 대안적 희망으로 시민들에게 읽혀지고 있다”며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이 보여준 땅따먹기식 정치, ‘그나물에 그밥’ 정치의 중단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여권에서 이석연 범보수시민사회진영 후보가 중도포기 했는데 이는 보수시민사회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진영의 상승이 기존 정치권의 몰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이 시장 후보를 못냈다고 정당정치에 경종이 울려지는 것은 아니다”며 “반대로 민주당의 외연확대로 볼 수 있다. 시민사회 등 진보개혁적 세력을 민주당 등이 포용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제 관심은 시민사회진영이 이번 보선을 넘어 내년 총·대선에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느냐다.
신 교수는 “‘안풍’은 반드시 확장된다”며 “다만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 시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인기나 거품은 급속도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사회진영의 약진이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을 깨고 개혁적 변화는 주도하되 기존정당틀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절대 정치를 하지 말자’던 박원순 후보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사회진영(외부세력)의 공천 지분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이념이나 지역에 묶여있던 정당조직이 그 틀을 벗고 넓은 의미에서 ‘책임감’을 매개로 확대될 것”이라며 “시민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유연화된 정당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