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의 영명함과 열정, 에너지가 멈추지 않는 혁신의 원천이 됐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인생은 풍부해지고 향상됐다. 스티브로 인해 이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미국 애플이 5일(현지 시간) 스티브 잡스 전 촤고경영자(CEO)의 사망을 알리면서 내 놓은 공식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성명서에 지적한 것처럼 잡스의 열정과 에너지는 지난 30여년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변화를 주도한 원동력이 돼,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아울러, 그는 파산지경에 이른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전설'이 됐다. 때문에 그가 이룬 업적이 더욱 빛을 내고 있다.
◆ PC시대 개막 등 위대한 족적 남겨
스티브 잡스가 이룬 업적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은 PC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잡스는 1975년 최초의 소형 컴퓨터 ‘키트’가 등장하자 이를 완제품 개인용 컴퓨터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5세 연상의 천재 공학도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설득해 1976년 애플컴퓨터를 창업해 애플Ⅰ을 출시한 데이어 이듬해 개인용 완제품 컴퓨터 ‘애플Ⅱ’를 내놓는다.
잡스는 이어 1984년 제록스연구소를 방문했다가 본 그래픽 사용자환경(GUI)을 적용하고 마우스를 도입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내놓는다.
매킨토시는 컴퓨터 사용환경에 일대 혁신을 불러온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어 포스트 PC 시대도 그가 주도했다
실제로 애플이 2007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PC시대가 저물기 시작했으며, 2010년 초 아이패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PC시대의 본격 출발을 알렸다.
PC는 결국 태블릿PC에 밀려 올해 들어 급격하게 성장률이 축소되면서 급기야 세계 최대 PC메이커인 휴렛-패커드(HP)가 PC사업부를 매각을 전제로 전격 분사하기에 이르렀다.
잡스는 지난 3월 아이패드2 발표회장에서 “경쟁사들은 이것(태블릿)을 새로운 PC 시장이라고 보고 있지만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이것(태블릿)은 포스트 PC 디바이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융합학문시대도 앞당겼다.
잡스는 지난해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애플은 단순히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아니다”면서 “업계 최고 기술를 개발해 가지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그 이상이다. 애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인문학에서 가져온 인간성과 기술을 연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융합학문이 학계에서는 화두가 됐으나 스티브 잡스와 애플 제품이 이에 대한 논의를 앞당기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은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스티브 잡스는 지난 25년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CEO였다“면서 ”그는 예술가의 손길과 엔지니어의 비전을 독창적으로 결합해 이례적으로 훌륭한 기업을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잡스는 휘청거리던 컴퓨터 업체 애플을 현재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이 회사의 시장가치는 2850억달러에 달한다.
시장가치로 늘 라이벌 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2200억 달러 수준이니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잡스의 혁신경영에 힘입어 애플의 주당 가치도 엄청나게 올랐다.
지난 2000년도 말에 누군가 애플사에 1000 달러를 투자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이는 4만3천 달러가 돼 있을 것이다. 주가가 43배나 오른 것이다.
잡스가 투병 중에 잠시 회사를 떠나 있을 때 애플의 주가는 잠시 주춤했다가 그가 복귀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이 기간에 다른 기업들의 주가가 변변치 않은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애플의 발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이 기간에 7%가 하락했다.
잡스는 회사를 키우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많이 기여했다. 2000년대 초 애플의 회사 직원 수는 8500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수만명이 늘어 지금은 4만6000명을 넘어선다.
미국 증권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이런 잡스의 업적을 감안해 10년래 최고의 CEO로 스티브 잡스를 선정했다.
◆ 애플의 불안한 미래 현실로
"잡스 없는 애플이 앞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애플의 전설적인 공동 창업주 겸 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CEO직에서 사임한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잡스 없는 애플의 앞날을 이렇게 내다봤다.
사임 당시만 해도 잡스가 일선에 없을 뿐 경영진의 멘토로서 혁신의 비전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도 있었지만 5일 잡스의 사망으로 ‘잡스 없는 애플호’의 앞날에 대한 우려는 '생생한' 현실이 됐다.
잡스 없이 애플을 이끌어가야 하는 후임 경영진은 총성 없는 경쟁을 이기고 업계를 선도해나가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후계자 팀 쿡(50)에 대한 시장과 대중의 반응은 아직까지 신통찮다.
잡스가 가졌던 카시스마는 일단 차지 하러라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읽어내고 유도하는 통찰력과 직관이 부족하다는 게 팀 쿡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잡스 사임 후 처음 열린 아이폰 신제품 발표행사는 그의 빈자리를 확인시키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잡스가 그간 구축한 집단지배체체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집단지배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잡스의 아이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들을 이끌어온 잡스가 떠난 이후에도 그대로 회사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애플이 쿡의 리더십으로는 안될 것이라면서 다시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잡스 사임 때부터 제기됐다.
현재로서 ’포스트 잡스‘ 시대에 쿡을 보완할 임무는 ’디자인 천재‘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과 인터넷 서비스 담담 에디 큐 부사장 등에게 남겨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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