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칼럼니스트 ‘내가 아는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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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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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정보기술(IT) 전문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기자인 월트 모스버그(65)는 8일(현지시간) WSJ에 고(故) 스티브 잡스와 가졌던 14년간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잡스가 수시로 전화해 애플 제품과 디지털 혁명 등에 대해 장시간 토론했으며 출시전 제품도 여러 차례 미리 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다음은 모스버그 칼럼내용 요약.

◇ “잡스, 집으로 자주 전화해”=잡스가 1997년 애플에서 축출됐다가 복귀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4∼5주 연속 일요일 밤에 필자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당시 경험이 많은 기자로서 잡스가 필자를 당시 위기에 처한 애플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해 친해지려고 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 한 애플 제품의 사용을 권하는 기사를 썼다가 이후 독자들에게 그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많은 전화를 받았으며,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90분 이상 장시간 디지털혁명에서부터 애플 제품의 컬러와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그가 우리의 주말을 방해한다고 짜증을 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후 전화통화를 통해 내가 쓴 일부 사용후기 기사 또는 후기기사 일부 내용에 대해 불평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당시 IT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애플 제품을 자주 추천했으며, 잡스의 타깃도 이들 일반인이어서 자주 접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화를 걸어 “월트, 오늘 쓴 칼럼에 대해 불평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다면 코멘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낙관주의자 잡스”=잡스가 복귀한 이후 경영위기에 처한 애플을 회복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엄격하고 때로는 변덕을 부렸을 수도 있지만 필자와 대화할 때는 항상 낙관적이고 확신에 차 있었다.

음악계와 디지털음원 판매를 놓고 치열하게 협상할 때나 심지어 경쟁사들에 대해 불평할 때도 최소한 필자 앞에서는 그의 목소리는 인내심과 함께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특히 대화도중 음반회사나 이동통신업체들의 결정을 비판하자 놀랍게도 그는 그 같은 관점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뒤 그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디지털 격동의 시대에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등에 대해 전해준 적도 있다.

첫 애플 스토어를 기자들에게 소개할 때 필자는 애플이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단지 몇개의 스토어만 여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하자 필자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계속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은밀한 곳에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어놓고 내부 시설배치에만 1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필자가 또 최고경영자(CEO)이지만 애플 스토어에 설치된 유리의 투명도나 나무색 등 세부적인 것까지 일일이 챙겼을 것 같다고 놀리자 당연하다고 말했다.

◇ “출시전 제품도 먼저 보여줘”=때때로 회사로 초대돼 곧 출시될 제품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일부 임원들과 함께 큰 회의실서 기다리고 있다가 번뜩이는 눈빛과 열정이 넘치는 목소리로 새로 출시될 기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럴때면 오랫동안 현재와 미래, 업계 루머 등에 대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팟 첫 출시 때 컴퓨터회사가 음악계로 뛰어드는데 대해 놀랐으나 그는 애플은 컴퓨터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이폰과 아이튠스, 아이패드를 설명할 때도 그랬다. 

특히 아이패드를 처음 보여줄 때는 그의 지병이 심해져 사무실이 아닌 집으로 초대됐다.

◇ 그밖에 일화들=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잡스가 한자리에서 대담을 가졌던 역사적인 올 싱스 디지털 콘퍼런스는 막판에 무산될 뻔했다.

게이츠가 도착하기 전에 잡스와 미리 인터뷰를 하는 도중 애플의 아이튠스가 수억대의 윈도PC에 설치되는 등 애플이 윈도의 주요개발자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데 대해 그는 “지옥에서 얼음물 한 컵을 들고 있는 것 같다”고 빈정댔다.

게이츠가 도착 직후 이 말을 전해듣고는 “그렇다면 내가 지옥의 대표라는 말이냐”며 화를 냈다. 하지만 잡스가 찬물 한 병을 건네주자 누그러져 겨우 대담을 할 수 있었다. 잡스와 게이츠는 그때 (화난 모습 등을 감추고) 마치 정치인들처럼 행동했다.

또 그가 간이식 이후 팰러앨토의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을 때 초대를 받아 함께 주변 공원을 산책한 적이 있다. 잡스는 당시 매일 산책코스를 늘려가며 걷기를 하고 있으며 그날은 주변 공원까지 가기로 했다면서 같이 걷기를 권했다.

함께 대화를 하며 걷던 중 그가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멈춰서는 바람에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가자고 거의 애원했다. 심폐소생술(CPR)하는 법을 모르고, ‘무기력한 기자 때문에 스티브 잡스가 인도에서 숨지다’라는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잡스는 크게 웃은 뒤 잠시 휴식 후 기어코 공원까지 갔으며 벤치에 앉아 함께 인생과 가족, 각자의 지병(나도 몇해전 심장마비로 쓰러진 적이 있다) 등에 대해 얘기했다.

스티브는 다행히 그때 쓰러지지 않았지만 지금 정말로 영원히 떠났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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