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아버지는 1953년 A씨를 낳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B씨와의 슬하에 두 남매를 뒀으며 한참 후인 1962~1965년 A씨 어머니와는 혼인했다가 이혼했고, 이어 B씨와 결혼했다.
2009년 A씨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유산 39억원을 남기자 B씨와 그 자녀들은 수첩에 ‘유산은 B씨와 남매가 나누십시오’라고 적은 유언을 근거로 유산을 전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유언이 법으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민법상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법으로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해도 무효”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언의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진 유언은 무효이므로 주소가 빠진 A씨 아버지의 유언은 효력이 없다”며 “A씨에게 유산의 7분의2 가량인 12억여원을 분할 지급하라”고 심판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유언에 필요한 ‘주소의 자서’ 요건이 합헌이라는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과 같은 취지의 판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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