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업의)우리 문화의 동질성 보전 차원에서 관련 학계와 실무자들의 방북 및 북측과의 접촉을 승인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만월대 발굴 사업은 유적 훼손에 대한 우려에서 학자들이 사업 재개의 필요성을,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은 남북 문화의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주장해 왔다.
600여년간 지하에 보존돼 온 만월대 발굴사업은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를 중심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회에 걸쳐 진행됐으나 지난해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5ㆍ24조치로 중단돼 왔다.
2005년부터 추진된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은 남북언어는 물론 재외교포가 사용하는 언어까지 하나로 종합·정리하는 최초의 사업이다.
류 통일부 장관은 “대북 유연화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업들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런 사업들로 5ㆍ24조치의 근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통일의지를 내보이고 남북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월대는 600여 년 간 지하에 보존돼온 고려왕궁의 유적으로, 송악산 남쪽 구릉에 있는 이 왕궁은 919년 왕건이 창건한 이후 거란족의 침입과 이자겸의 난으로 두 차례의 화재를 겪은 뒤 중건됐고 1362년 황건적의 난 이후 폐허가 됐다.
공동 발굴단은 2007년 5∼6월 만월대 서부 건축군 가운데 3만3000㎡에 대한 시굴을 거쳐 같은해 9∼11월 3300㎡를 발굴해 11동의 건축물 기초와 회랑, 배수구 등을 찾아냈으며, 여기에서는 고려청자와 청자기와, 명문기와 등이 출토됐다.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은 분단상태가 반세기 넘게 지속돼 일상어는 물론 학술용어 등에서도 남북언어의 이질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학자들은 남북의 띄어쓰기와 자모의 이름, 배열 순서, 문법 체계, 외래어 범위 등을 합의하고 남북의 기존 어휘에서 25만개, 새 어휘 10만개 등 총 35만개 정도의 어휘를 선별해 사전에 수록할 예정이었으며 이 사업에 총 250억원의 예산 중 157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학자들은 2009년 12월까지 20차례의 공동 편찬위원회를, 4차례의 공동 집필회의를 여는 등 2013년에 사전을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시켜왔으나 이 역시 5·24조치에 따라 전면 중단됐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류 장관은 방법론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비정치적 분야에서 남북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북측과의 대화채널을 열기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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