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문단 샛별 소설가가 전하는 가족의 의미 '시줴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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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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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안 지음/문현선 옮김/340쪽. 1만2천원

 
(아주경제 박현주기자)"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보는 것 외에는 다른 놀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나는 실제의 삶과 책 속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구분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이책은 내 형제자매의 이야기다."

유명 문학가 집안 출신으로 중국 문단의 샛별로 떠오르는 젊은 작가 디안(28)이 장편소설 '시줴의 겨울'(자음과 모음)을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시줴의 겨울'은 그의 세번째 소설로 24살의 주인공 정시줴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해체와 재결합에 이르는 수년간의 과정을 시줴가 소설화한 ‘액자 소설’의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에서 2009년 발간돼 7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화어문학전매대장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줴의 겨울’은 디안이 3부작으로 연속 출간할 ‘룽청 정씨 가족’ 연작 3부작의 1부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 손에 자란 남자 주인공 정시줴와 주변 친척의 이야기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고향에 갓 부임한 24세 고교 물리 교사 시줴가 2004~2007년에 벌어진 ‘가족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형식이다.

‘동서남북’의 돌림자를 가진 개성 강한 4명의 사촌과 시줴가 주인공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시줴는 남은 혈연의 안위에 집착하며 어려움을 겪는 또래 사촌을 보살핀다.

풍운의 큰 뜻을 품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서 고아가 된 자신을 돌봐준 작은숙부 내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시줴의 목표다.

"누나가, 누나가 어떻게 그래. 누나, 우리는 가족이야.” 나는 열 몇 살 때부터 줄곧 이런 식이었다. 마음속에 엄청난 격랑이 휘몰아칠 때 도리어 종종 가장 가라앉은 말투를 선택하곤 했다.

“가족이라고? 됐네. 난 그런 가족 필요 없어.” 정둥니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 영혼을 꿰뚫어 보듯이. “네가 집이 있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입만 열면 가족, 가족, 부르짖으며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구나. 난 너처럼 노예근성에 찌든 것들을 보면 견딜 수가 없어.”(p.95)

저자는 네 명의 사촌형제와 친지들이 서로 주고받는 애정과 증오의 멜로드라마 속에서 디안은 인간의 생에 내포된 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2005년 여름부터 2008년 초까지 룽청 정씨 가족에게 일어난 죽음, 이별, 배신, 사랑, 결혼, 탄생 등을 담담히 서술하는 시줴의 문장들은 가슴 저미는 슬픔과 동질감을, 그 시기를 보내버린 나이든 독자에게는 아련한 청춘에 대한 회상을 가져다준다.

디안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가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당신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를 질문한다"면서 "시줴라는 인물이든 ‘시줴의 겨울’이라는 작품이든, 제가 그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나 자신이 추구하는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이 제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회의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디안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아버지 리루이와 어머니 장윈을 둔 디안은 파리4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누나의 숲’으로 데뷔했다.

부모의 후광에 탄탄한 필력까지 갖춘 그는 2005년 ‘천국이여 안녕’으로 제3회 중국여성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 ‘니르바나’로 중국소설격년장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전설적인 경극 배우 매란방의 전기소설 판권을 유족으로부터 사들여 집필 계획에 착수하는 등 작가와 편집자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현선 옮김. 34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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