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 인수를 의사를 밝힌 지난 21일 업계 일각에서는 녹십자생명이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중소형사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수익구조를 재정비 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2개 국내 생보사 중 자산순위 17위의 소형사로 영업시장이 건강보험 위주의 틈새시장에 머물러있다.
대형 생보사가 거대 조직과 다양한 영업채널을 활용해 장기, 종신보험 상품 판매에 매달리는 것과 달리 녹십자생명은 영업시장이 한정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FC)와 텔레마케팅(TM), 내근 보험모집원(TFC), 영업관리직(AM) 등 영업채널별 조직을 증강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인력을 확보해 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산하 보험사의 경우 다른 계열사에서 퇴직연금 등 일감을 몰아줘 재미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지난 2008년 4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HMC투자증권에 이미 1조 7000억원가량의 퇴직연금을 몰아줬다.
그룹이 HMC투자증권에 내준 퇴직연금을 빼내 녹십자생명 적립금을 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HMC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녹십자생명의 향후 행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HMC투자증권의 전신인 신흥증권은 현대차그룹 인수 당시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다른 대기업 계열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 속에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업계 상위권 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보험사를 제대로 경영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녹십자생명 인수의 성패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 지분 90.7%를 우선 매입한 뒤 올 연말까지 녹십자홀딩스의 특수 관계자 등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며 인수 가격은 2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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