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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촨즈(右), 양위안칭 |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 3일 보도에 따르면 류촨즈 회장은 2일 레노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장직 사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레노버 회장을 이어받게 되며 류촨즈 회장은 명예회장으로서 레노버의 모그룹인 레전드홀딩스의 상장 업무에 주력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레전드홀딩스는 현재 서비스·화학·농업·IT·부동산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면서 투자지주사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레전드홀딩스는 오는 2014~2016년 중 회사를 상장시켜 매년 최소 30%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류 회장은 양위안칭을 ‘생명의 일부분’이라고 일컬으며 향후 레노버의 미래는 양위안칭의 손 안에 달려있다고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류 회장은 “위안칭은 PC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의사결정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난 2004~2009년 동안 회장직을 맡으며 내공도 쌓은 만큼 이사회에서 위신이 높다”며 “향후 레노버를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향후 류촨즈 회장이 없는 레노버의 앞날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류촨즈가 중국의 ‘스티브잡스’로 불릴 만큼 전설적인 인물이기 때문.
그는 1984년 중관촌의 허름한 단칸짜리 사무실에 회사를 차렸다. 20년 뒤 류 회장은 세계최대 PC 제조업체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 레노버를 단숨에 세계 3대 PC 제조업체 반열에 올려놓고는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레노버가 2005년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봉착하자 류 회장은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2009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리고 10분기 연속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실적을 실현해 레노버를 전 세계 PC 업체 중 2위라는 반석 위에 올려놓고 다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최근 중국 모바일인터넷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레노버도 연이어 러폰, 러패드 등 스마트 전자기기를 시장에 선보였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모바일인터넷 시대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있다.
류촨즈 회장은 이에 대해 “향후 모바일인터넷 사업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현재 류쥔(劉軍) 부총재의 지휘 아래 매년 최소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바일인터넷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위안칭 회장도 “향후 시장을 중저가, 고급 등으로 세분화해 제품 다원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한 가지 제품만 시장에 선보이는 애플 등 주요 경쟁자와 차별화된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레노버 회장 사임 소식과 함께 발표된 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보고서에서 레노버는 전년 동기대비 88%나 급증한 1억439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순익 전망치 1억1930만달러를 웃돈 수준이다. 매출액도 77억9000만달러로 35%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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