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청와대를 겨냥하고 나선 쇄신파와 정책적 개혁을 강조한 친박(친박근혜)계가 서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 갈등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이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747공약 폐기 등을 요구한 서한을 청와대에 보낸 쇄신파의 주장에 대해 “귀담아 들을 만하다”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친박계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10일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20∼40대 세대가 우리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이미 다 규명이 됐다”며 “당이라는 건 항상 주장만 할 뿐이지 정책의 집행과 결정권은 청와대에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근본적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한 쇄신파의 손을 들어 준 것.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언젠가 대통령이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파가 전방에 나서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에서 후방 지원을 해 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과 인터뷰에서 “그들의 요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지만 답변을 안하고 있는 게 내 대답”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상태다.
친이(친이명박)계 김영우 의원 역시 “국민은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이 청와대 쇄신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고 단정했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 청와대와 본격적인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여권을 향해 등 돌린 민심을 눈으로 확인한 만큼 이 대통령과 분명한 차별화를 두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따른 ‘선 긋기’ 라는 것.
이에 홍준표 대표도 이 대통령을 만나 여권의 쇄신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국정쇄신 내용을 직언하고, 그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쇄신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대 박근혜’ 대결 향방은 홍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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