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림없는 무역입국 추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가장 먼저 헤쳐나온 한국은 무역자유화를 근간으로 뒤바뀌고 있는 국제경제질서가 반갑게 다가온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논란은 우리의 바람처럼 그다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선진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아시아 지역에서 이른바 G2(미국·중국)의 정치·외교적 패권과 맞물리면서 다자 간 협상의 파급효과가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자 FTA 체결에 소극적으로 일관해 온 일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국 농업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IT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어부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중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소외된 사이, 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과 손을 잡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한번에 만회하겠다는 태세다.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의 참여선언으로 규모면에서 타 경제블록을 압도하게 될 TPP에 뒤늦게 참여하게 되면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다자 간 협정의 경우 무역자유화 수준이 낮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늦어질 수 있다고 느긋한 입장이어서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김영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미 FTA 효과와 관련,“관세가 인하되면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한미 양국 간 수출입이 확대되는 직접적 효과 뿐만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의 교역을 대체하는 효과가 모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개방경제'하에서 우리의 살길인 수출을 봉쇄당하지 않으려면 양자 간은 물론 다자 간 협상에도 적극 참여하는 전략적 사고로 무역협상의 주도권을 계속 쥐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양자 FTA를 통한 국내이익 극대화를 꾀하려면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한중, 한일 FTA 협상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 특히 제2의 내수시장이 된 중국과의 FTA는 TPP 선제참여국의 논리를 제압할 지렛대로 삼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DI 관계자는 "한중 FTA에 따른 농업분야 양허를 받으려면 서비스 부문 일자리 개방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한중 FTA 체결은 한EU FTA 체결로 한국과의 경쟁제품에서 무역손실을 빚고 있는 일본에도 사실상의 빗장을 풀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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