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예고 없이 본회의장을 점거해 표결에 이르기 까지 비준안 처리과정은 국회 본회의장 최초로 최루탄이 터지는 등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장 기습 점거 직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허를 찔렀다.
전날 내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정책의총을 개최한다고 밝히며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여론과 야권의 관심을 예산으로 돌린 한나라당은 지도부 회의를 거쳐 이날 여야 원내대표 협상 결렬과 함께 전격적으로 표결처리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오늘도 지난번처럼 끝장토론을 할 테니까 중간에 가지마시고 저녁약속 파기하시고 좀 더 치열함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기습처리에 대해 ‘연막작전’을 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발언의 끝에 “끝날 때까지 나가지 말라”며 의결정족수에 대해 재차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3시 경 의총을 마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을 빠져나와 본회의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의총에 불참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합류해 본회의 장으로 입장했고,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박희태 국회의장 대행으로 사회를 맡았다.
박 전 대표는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전 “오늘 표결 처리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박 의장은 앞서 이날 오후 4시까지 비준안 심사를 마쳐 줄 것을 여야에 요청했다.
국회법상 특정 안건이 상임위 처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직권상정으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미리 지정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 기습점거 사실을 뒤늦게 보고 받은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갔으나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 착석하고 난 뒤였다.
오후 3시 10분경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같은 당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보좌진으로부터 메모를 전달받고 황급히 본회의장을 찾았다.
손 대표는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이렇게 강행처리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최초로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반대하며 일명 ‘사과탄’으로 알려진 최루탄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루탄이 터진 직후 의장석에 앉아있던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위들이 김 의원을 긴급히 끌어내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뒤, 정 부의장의 사회에 따라 표결이 진행됐다.
한나라당은 비공개 본회의 개최를 위한 표결을 거친 후 곧 바로 비준안 처리에 돌입, 295명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몸으로 이를 통과를 저지하지는 않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