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따로 노는 수도권 경제발전…‘컨트롤타워’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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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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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김유경 기자)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인천광역시가 수도권을 광역망으로 묶어 공동개발사업에 나서려던 계획이 장기 표류 중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접경지역의 수도권 제외 문제, 광역교통인프라 구축 등 현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별 이견을 조율해야 할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사업 진행의 맥을 끊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정부 산하에 3개 시도 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를 2009년 말 설치했다. 그러나 서울·경기·인천은 각자 자기 이익에 몰입하면서 원활한 소통과 조정에 실패했고, 18개 공동정책 과제는‘올 스톱’된 상태다.
 
 ◆‘계산기’만 두들기는 서울·경기·인천 … 공동과제 ‘산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송영길 인천시장은 8일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제6차 회의를 갖고 ‘수도권 정책전환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공동건의문에는 서해 5개 도서를 비롯한 강화·옹진(인천)·연천군(경기) 등 접경 낙후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하고 지역별 여건에 따라 수도권역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논의가 시작된 지 2년 만에야 가까스로 3개 지자체가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이다. 서해 5개 도서 등 휴전선 인접 접경·낙후지역(연천·강화·옹진)을 수도권에서 빼는 사안은 그동안 서울시와 경기도가 주장해왔으나, 인천시가 강력히 반대해 왔다.
 
 각 지자체가 수도권을 공동개발해 개발의 효율성과 효과성 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광역경제발전위원회.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의 예산소요 및 개발소외 문제,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까지 걸리며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광역인프라 구축 분야 중 대표적인 경인 익스프레스 사업은 발표된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사업타당성 검토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또 인천시가 요구했던 제2경인고속도로∼강남순환선 연결, 제3경인고속도로 구간 연장 사업은 1년만에 철회됐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민자고속도로 사업과 구간이 겹치면서 문제가 됐다.
 
 산업·경제발전 분야의 수도권 일자리 공동정보망과 수도권 관광협의회 구축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자리 정보망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시범운영 중이지만, 인천은 예산 배정이 안되면서 정보망 구축사업에서 빠진 상태다.
 
 3개 시도가 공동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수도권관광협의회’의 경우 서울시만 올해 1억원의 관련 예산을 배정했을 뿐 인천·경기는 전혀 예산을 편성치 않았다.
 
 수도권의 주된 관심분야인 규제개혁의 경우, 특정 지역에만 유리한 쏠림 현상이 극심화되면서 지자체 간 ‘이익균형’이 틀어진 실정이다.

 ◆ ‘싫은’ 일은 ‘나 몰라라’
 
 서울·경기·인천은 각자 이해관계를 따지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업 추진 답보라는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쓰레기 매각장 등 소위 ‘혐오시설’ 설치 등의 문제에선 서로 기피하려고만 하고 있어 지자체 간 관계는 더욱 꼬이고 있다.
 
 인천시 서구 백석동의 ‘수도권 매립지’는 환경 문제로 중요한 갈등 사안이다. 수도권 전체의 유일한 매립지임은 물론 지속적인 쓰레기 반입에 따라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수도권의 쓰레기를 받기 시작한 이 매립지의 기간만료는 오는 2016년이다. 그런데 사용계약 기간 연장을 두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쓰레기 매립 진행 상황이 오는 2044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인천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고 계약 연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시는 서울시가 환경부를 등에 업고 떼 쓰듯 계약 연장을 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광역경제발전위원회를 통해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2014년 아시안게임 등에만 협의하고 있을 뿐 쓰레기 매립장 문제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며,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도 뒷짐만 지고 있다.
 
 ◆ 광역발전위에‘컨트롤타워’ 역할 줘야 
 
 문제는 광역발전위가 공동과제 추진을 위해 지자체간 이견 조정이나 협의의 재량권이 없다는 데 있다. 중앙정부도 각 지자체도 이견조정권한을 위원회에 위임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자체도 다들 민선 시·도지사 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뜻에 따라 자기주장을 관철시킬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만나 지자체 간 지속적인 협력과 협의를 위한 별도의 상시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한 것도 ‘광역발전위 무용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원회 전체회의가 정례화되지 않은 탓에 공동과제를 총괄하는 각 지자체의 광역기획정책관은 제대로된 업무파악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동추진과제에 대해 개괄적인 상황만 파악하고 있지 세부적으로 얼마나 추진되고 이견이 조정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광역발전위가 공통현안에 대해 정책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산업팀장은 “광역경제권 구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광역위원회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위상과 역할이 필요하다”며 “위원회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견을 조정해나가는 데 실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위원회 위상 제고를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권한 위임이 필수적”이라며 “광역발전위가 정책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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