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특약조항이 강화되고 있다. 특약조항은 실적이 악화될 경우,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거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위 15개 선사들의 지난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9%로 추정된다. 2분기 -8%보다 더욱 악화된 수치다. 여기에는 유럽 선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유럽 선사와 거래하는 한 선박브로커는 "높은 가격에 건조 계약을 체결한 유럽 선사들의 특약조항 위반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금융 기관에서 융자금 회수나 감액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최대 증권사인 디비에스 비커스(DBS Vickers)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3640억 달러에 달하는 신조선 중 건조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선박이 늘어나고 있다"며 "신조선 주문 취소와 인도 연기 요청 위험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일 유럽지역 선주의 선수금 미입금으로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이 취소된 선박은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과 벌크선 2척 등 4척이며, 금액은 총 5893억원에 이른다.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총 11척의 인도 시기를 연기했다. 금액으로는 13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도 유럽 선주로부터 탱커 2척의 인도 시기를 올 상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췄줄 것을 요청받았다.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4월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4척의 로로선(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통째로 운반할 있는 선박)의 납기를 2011년 10월에서 2012년 8월로 연기했다.
그리스 선주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현재 700여척의 선박을 발주한 상태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도 상당수 선박을 수주했다. 이 중 상당수가 아직 인도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리스 선주들로부터 수주한 선박이 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포함해 총 28척에 달한다. 전체 수주잔량 중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우조선해양도 약 30여척이 남아 있는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그리스 선주로부터 약 40억 달러를 수주했다. 수주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7%, 10%로 집계됐다.
문제는 계약 대부분이 '헤비 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 헤비 테일은 건조 대금의 20~30%만 선수금으로 주고 선박 인도시점에 절반에 가까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주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반면 조선업체들에게는 불리하다. 계약이 취소될 경우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계약 취소 사태가 발생하면 국책 은행들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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