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밝은 애라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한테 말 못할 고민이 있었는지…. 안타까워요”
2일 오후 광주 북구 효령동 광주 영락공원에 모인 학생 10여 명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이들은 지난 29일 오전 광주의 한 아파트 17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A(14)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줬다.
서로 위로하기조차 조심스러운 숙연한 분위기 속에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마음 아파하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가 미안하다”며 구석으로 가서 몰래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평소 숨진 A군과 친했던 B(14·여)양은 “A군이 항상 재미있고 밝은 친구라 다들 좋아했다”며 “자살을 할 정도로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A군과 다른 학생들을 괴롭혀온 것으로 지목된 동급생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알리면 나중에 걔가 와서 또 때릴까 봐 애들이 말을 안 했다. 그 애가 학교에서 몇 번 걸렸지만 크게 처벌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A군의 다른 친구들도 친구를 잃은 충격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들은 “그 아이가 ‘때리고 담배 빼앗아가니까 짜증 난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당시 죽을 정도로 괴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고민에 대해 더 들어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부터 A군과 친하게 지냈다는 선배 C(15)군은 “평소 A군으로부터 괴롭히는 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가끔 담배를 빼앗기지 않으려 나에게 맡기기도 했다”며 “지난달 26일께도 그 아이에게 담배를 안 뺏기려고 나한테 담배를 맡겨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C군은 “자살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A군이 다른 괴로운 일이 있었다면 나에게 의논했을 텐데...”라며 갑작스러운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A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본 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A군 마지막 행적이 담긴 아파트 CCTV와 현장에서 발견된 단추, 2종류의 담배꽁초 등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은 CCTV 분석과 유전자감식 등을 실시했고 2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결과 신체 일부에서 멍이 발견됐으나 타살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성적 고민, 교우관계, 담임교사와 상담 내용 등 A군의 사망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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