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연 충북 청주 서부신협 상무 |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그 가족의 모습을 확인한 우리 창구 담당 직원은 창구 밖으로 나가 인사하며 서둘러 맞이했다.
“이쪽에서 도와 드리겠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나 예쁜 여자 아이는 그 소리에 우리 직원을 보고 걸어갔지만, 그와 달리 부부는 계속 대출 담당업무가 적혀 있는 창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는 담당직원에게 “대출돼요?” 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린아이의 똑부러지는 당당함과 아이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에 담당직원은 두번 놀라는 기색이었고, 그 부부는 그런 직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직원은 아이의 부모님이 어딘가 불편하신 것을 짐작하고, 아이에게 부모님이 어디 불편하신지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는 부모님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시며, 대출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부부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현재는 청주 시내의 시장과 골목에서 와플이랑 국화빵 장사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계를 사고, 또 여러 군데 시장을 돌면서 장사를 하려면 자동차 구입이 필요해 대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직원은 늘 그러하듯 정성을 다해 가장 먼저 대출이 가능한지에 대해 상담을 시작했다. 직원은 청각장애가 있는 아주머니와의 대화를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글씨를 크게 하여 보여 드리는 방식과, 아이를 통해 부모님에게 수화로 통역하는 방법으로 신협에서 취급할 수 있는 대출종류와 대출절차 및 각종 필요한 서류 등에 대해 꼼꼼하고도 친절한 상담을 이어갔다.
아이가 수화로 통역하는 모습에 가슴이 한편으론 짠하면서도, 꼬마 아이의 어깨에는 다소 힘에 겨울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음에도 아이의 밝고 당당한 모습에서 부모님이 반드시 대출을 받아서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 엿보여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다.
대출 담당직원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상담을 한 결과 무등록 유점포에 해당하는 ‘햇살론’ 대출과 다행히 부부가 집을 소유하고 있어서 ‘담보대출’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자금이 필요한 시기와 대출금리 등을 고려해보니 신용보증재단의 승인이 필요한 햇살론 보다는 금리가 더 저렴하고, 대출과정이 훨씬 간소한 신협의 부동산 담보대출로 추천을 해드렸다.
무려 1시간 이상의 긴 상담을 마친 후 돌아가는 부부의 모습은 들어올 때의 쭈볏함과 불안감보다는 왠지 모를 희망의 끈을 다시 잡은 듯 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밝은 모습으로 첫날 그 꼬마 아이를 포함해 자녀 셋을 데리고 신협을 다시 방문한 부부의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가 가득했고, 손에는 전날 알려준 대출서류가 가지런히 들려있었다.
담당 직원은 준비해둔 대출서류에 형광펜으로 기재할 곳을 체크해 드렸고, 각종 약정서의 중요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컴퓨터 모니터에 글씨를 써 내려가면서 필담으로 대화를 이어갔으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이해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세심함을 기울였다.
상담 도중에 알았지만 이들 부부는 우리 신협에 대출상담을 받으러 오기까지 청주 시내 시중은행 세 곳을 모두 들렀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은행마다 대출에 필요한 금액을 쪽지에 적어 대출 담당자에게 보여줬는데 한결같이 대출이 어렵다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한다. 왜 안되는 지에 대한 답변은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분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같은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안타까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