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증권시장의 대기성 자금인 고객 예탁금과 머니마켓펀드(MMF)가 새해 들어 동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과 개인들이 현재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법인들은 유럽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불안함을 느껴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일단 MMF로 빠져 기다려 보자는 심리인 반면 개인들은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 예탁금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12월30일 17조4270억원에서 지난 5일 현재 18조6939억원으로 1조2669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지난해 8월4일 이후 20조원대까지 급격하게 늘어났던 고객 예탁금은 12월 들어 감소세를 보여 17조원대까지 줄었다가 새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고객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으로 주식에 재투자될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고객 예탁금이 늘어나면 주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객 예탁금 증가는 신규 매수 자금이 유입되거나 아니면 주식 매도 자금이 다시 계좌로 들어올 때 발생한다.
MMF로도 자금이 유입세로 바뀌었다. 지난 12월30일 53조5524억원이었던 MMF는 지난 5일 60조2839억원으로 새해 들어 6조7315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 코스피가 2000선을 내준 이후 70조원까지 증가했던 MMF자금은 12월 들어 한달간 유출이 지속되며 13조원 가량의 돈이 빠져 나갔다. 특히 2011년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12월30일에는 하룻새 2조7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되기도 했다.
새해 들어 자금 유입을 주도하는 것은 연기금과 금융업체 등이 속한 법인으로 알려졌다. 법인 자금은 새해 들어 나흘간 6조9602억원 증가했으나 개인 자금은 이 기간중 1970억원 유입에 그쳤다. 은행권의 자금뿐 아니라 기업 자금도 빠른 속도로 MMF로 유입됐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은 물론 기업들의 잉여자금도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개인들과 법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인자금은 불안한 장세에 대비해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데 반해 개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인식해,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
대신증권 강남PB센터 관계자는 "지점을 방문하는 개인 투자자 중에는 최근 유럽 위기나 김정일 사망 변수로 주가가 하락한 요즘 중장기 자금에서 단기 자금 쪽으로 돈을 이동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고객이 많다"고 진단했다. 최근 증가한 고객 예탁금이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아니라 신규 유입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 증권사 리테일사업부 관계자는 "MMF는 대부분 기관들 자금"이라며 "입출금이 쉬운 MMF 특성을 이용해 증시의 불안심리가 해소된 뒤 투자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일과 포르투갈이 최근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시장을 관망하는 기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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